경남 창원시 신촌동 창원공단에서 와이어로프 경강선 등을 생산하는
영흥철강은 공단내에서는 유일하게 지난해에 이어 올해 무교섭임단협
타결을 일궈낸 사업장이다.

매년 분규에 시달려온 영흥철강 노사가 지난해 무교섭 임금타결이라는
뜻밖의 결실을 거둔 것은 지난해부터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노사화합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받은데 따른것이다.

그뒤 1년만에 노사는 또다시 지난해의 노사화합정신을 승화시켜 21세기
초일류기업이 될것을 다짐하는등 공단내에서 보기드문 노사화합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영흥철강 노사는 지난87년 노조 설립이후 매년 악성분규에 시달려온
대표적인 파업현장이었다.

파업.직장폐쇄의 악순환을 거듭, 창원공단내에서는 그야말로 더이상
손댈수 없는 회사였던 것이다.

전덕봉 노조위원장도 위원장 당선 첫해인 94년에 파업과 직장폐쇄 10일
이라는 상처만 남겼다.

전위원장의 노사관이 바뀐 것은 바로 이때였다.

파업과 직장폐쇄로 얻은 것은 손실 30억원뿐.

"노사 모두엑 돌아온 것은 없고 모든 것이 먼지로 날아갔다.

회사가 있어야 노조가 존재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전위원장).

이처럼 인식의 변화를 체험한 전위원장은 집행부와 조합원 설득에
나서게 됐다.

온갖 루머속에서도 위원장의 진심을 발견한 2백20여명의 조합원들은
위원장 뜻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95년초 부임한 정귀수사장의 남다른 노력도 노사화합의 기틀을 다졌다.

지금까지 숨겨온 회사의 경영상태를 근로자들에게 낱낱이 공개하고
"너와나"가 아닌 "우리는 하나"라는 개념으로 근로자를 대하기 시작했다.

"노조가 회사를 위해 애쓰는 마음이 역력하다.

합리적인 노조활동과 위원장의 리더쉽이 뛰어나다"는 정사장의 말에서
노와 사가 서로를 아끼는 모습을 느끼게 된다.

정사장과 전위원장의 관계가 특별하다는 것도 노사화합 전기를 마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극심한 노사분규로 노와 사 모두가 대립과 갈등, 반목과 질시가 난무하던
80년대 후반에 정사장과 전외원장은 당시 회사와 노조의 총무부장으로
숙명적(?) 만남을 가졌다.

그후 사장과 노조위원장이라는 직책으로 다시 조우하게 된 이들은
누구보다도 양측 입장을 잘알고 서로의 고충도 이해하기에 노사화합을
위한 의기투합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회사는 노사화합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만년 적자경영에서 벗어나 흑자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생산 목표량을 초과달성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매출목표 5백70억원에 12억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중순부터 현장에서 일하는 직반장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영풍
2000 나란히 운동"은 이러한 노사관계를 발전적인 관계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는 현장관리자 중심으로 전개되는 대혁신운동으로 우리가 할일은 스스로
찾아서 한다는 주인정신에 기본을 두고있다.

올해 최대목표는 "21세기 노사신뢰를 위한 노사문화 창출".

현장 팀장들은 또 지난해말 결의한 "우리의 각오"를 통해 "95년에 이룩한
노사신뢰를 바탕으로 노사관계를 정립해 무분규 무교섭임금타결의 분위기를
정착, 미래지향적 직장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장분위기가 올해에 그대로 이어져 2년 연속 무교섭타결이라는
과실을 따게 된 것이다.

회사는 노조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연산 6천t규모의 중국 공장을 오는
6월말 완공해 가동에 들어가고 마봉강 공장증설등 각종 신규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노사문제에 정답이 없다"(김기홍 공장장)는 말에 "정답은 5번 또는 6번"
(전위원장)이라는 멋진 풀이에서 영흥철강 노사의 밝은 미래를 엿볼수 있다.

< 창원 = 김문권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