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산업의 부도를 계기로 법정관리제도를 근본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주산업은 법정관리인이 지난해연말부터 3백22억원의 어음을 법원의 허가
없이 발행한 사실이 이달초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법정관리를 받던 논노가 법정관리사상 처음으로 부도를
냈었다.

이처럼 법원의 관리를 받고 있는 기업이 부도를 내거나 불법행위를 저지르
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함으로써 거래기업의 피해는 물론 법정관리기업과의
거래기피현상도 우려되고 있다.

법정관리는 부도냈거나 또는 부도위기에 몰렸으나 회생가능한 업체에 한해
법원이 주주와 채권자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정, 재기의 기회를 주는
제도.

채무자의 희생을 담보로 파산위기에 직면했지만 회생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살려 사회불안과 경제적손실을 줄여보려는 제도가 법정관리인 셈이다.

이같은 특혜성조치에도 불구하고 법정관리기업이 정상적인 경영의 길을 찾
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법정관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애초부터 기업경영에는 비전문가집단인 법원에 부도기업의 회생이 가능한지
누구에게 경영을 맡겨야 하는지,언제 법정관리를 해제해야하는지 등의 판단
을 맡기는것 자체가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주거래은행등 오랜 거래를 통해 기업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할 채권은행들
조차 법정관리기업의 관리를 소홀히하고 있는 점이 더큰 문제다.

서주산업의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의 한 임원은 "거래기업이 수도 없이 많
아 담당직원이 1년에 한두번 방문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한다.

또 거래기업이 파산해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꺼리는 은행들이 회생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대해서도 법정관리를 쉽게 동의하고 기존대주주의 측근이 법정
관리인에 선임되도록 방치하는 것도 제도상 헛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 김성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