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자동차메이커들간 "아시아 카( Asia Car )" 개발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아시아 카"는 미.일메이커들이 아시아시장 공략을 위해 제시한 일종의
지역모델로 "월드 카"에 대비되는 개념의 차.

그러니까 단순한 현지공장 건설의 차원을 넘어 "아시아인에게는 아시아차를
판다"는 "지역밀착형 전략"을 펴고있는 것이다.

아시아 카는 지난 93년 도요타가 태국에 아시아 전용차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그러나 94년 포드-마쓰다의 "합작팀"이 아시아지역에 맞는 "신패밀리아
모델" 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아시아 카 개발은 붐을 이루기 시작,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빅 3"와 도요타 닛산 미쓰비시 혼다 마쓰다
등 일본의 "빅 5"가 모두 아시아 카 개발경쟁에 뛰어들었다.

미.일 메이커들이 "유러 카"나 "아메리카 카"가 아닌 아시아 카 개발에
주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선진국시장이 정체단계에 들어간데 비해 아시아시장은 두자리수의 신장을
지속, 이곳에서의 성패가 세계자동차 산업의 패권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
이다.

포드의 트로트만회장은 "아시아진출에 주력하려는 것은 시장규모가 향후
15년간 3배로 확대되는 등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등에는 이미 자동차 대중화바람이 불고있다.

게다가 2000년대의 "황금시장"으로 손꼽히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버티고 있다.

자동차 전문연구기관들은 이런 점에 근거, 아시아시장의 규모가 지난
94년의 5백만대에서 2000년엔1천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있다.

미.일간 아시아 카 개발경쟁에서 지금까지는 일본이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의 선두주자는 물론 도요타.이미 태국에서 "AD밴"이라는 왜건및
픽업트럭을 생산하고 있으며 대만 말레이시아 필리핀등에서도 이 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혼다는 태국에서 1천3백cc급 소형승용차를 4월 선보였고 올 하반기에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내년에는 인도로 현지공장을 확대키로 했다.

닛산은 소형차 전략모델인 "펄사"와 미국시장에서 인기를 얻고있는 "서니"
등 2개 모델을 토대로 아시아 카 개발에 착수했다.

미쓰비시는 98년까지 인도네시아 대만 필리핀 등 3개국에 1천5백cc급
아시아전용 왜건상용차 공장을 건설,현지생산에 들어간다고 지난 2월
발표했다.

미국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않다.

크라이슬러사는 초소형 아시아카로 베트남 인도 등을 공략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신차개발에 들어갔다.

특히 아시아 카의 가격을 대당 3천5백~6천달러로 책정, 일본업체들과
한판 승부를 펼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포드는 마쓰다와 합작으로 98년까지 태국에 연산 10만대규모의
"신패밀리아" 공장을 건설키로 했으며 GM은 1천3백cc급 "코르사"를
아시아카의 기본모델로 결정했다.

아시아 카를 둘러싼 미.일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국내업체들도
강건너불보듯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물론 기아자동차의 경우 인도네시아의 유일한국민차사업자로 선정돼
미.일의 아시아 카와 경쟁할 수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대도 2000년초까지 인도네시아와 인도에 연산 10만대 규모의 현지공장을
건설, "아시아 2대 거점기지"로 육성한다는 계획과 함께 1천3백cc급
엑센트를 기본으로 "아시아 카"를 개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다.

하지만 국내메이커들의 경우 아시아지역에서의 완성차 판매량에서 미.일에
크게 뒤지고 있는데다 현지 생산기반도 아직은 열악하다.

따라서 아시아 카 개발과 함께 아시아 국가들의 국민차사업을 뚫는 등
아시아시장 공략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 제5위의 자동차 생산대국으로 부상했다.

제4위로 뛰어오를 날도 멀지않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그런만큼 미.일.유럽의 3극에 이어 세계 자동차산업의 재편을 주도할 수
있는 제4극으로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아시아시장에서 밀려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생존여부를 좌우하는 "승부처"가 아시아시장이고 이를 둘러싼 선진
메이커와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 이성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