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의 경제에 촉각을 곤두세워온 재계는 여당이 과반수확보에는 실패
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많은 "금배지"를 획득하자 경영계획수립에 미칠만한
정부정책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정국이 대선체제로 넘어갈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다소간은 정치논리에 밀리는등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리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S그룹 비서실관계자는 "총선결과 김영삼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 흔들림없이
개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대기업정책의 큰 틀인 공정
경쟁과 경제력집중완화 규제완화등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한편에선 예상밖의 승리에 고무된 정부여당이 자신감이 넘쳐 개혁
드라이브를 더욱 강화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선거결과가 나온 12일 아침 현대 삼성등 주요그룹은 이날 오전 사장단
회의와 기조실 팀장회의를 열어선거결과와 파장을 분석하고 향후 경제정책
방향을 점치느라 매우 분주한 모습.

총수가 출장중인 그룹들도 선거결과를 종합분석한 자료를 긴급히 전송하는
등 기민한 움직임.

현대그룹관계자는 "정부가 선거결과에 힘을 얻어 "중기 바로세우기"에
기업관련 정책의 포인트를 둘 공산도 크다"고 지적하고 "이로인해 대기업의
선단식경영과 불공정거래 행위등에 대한 "회초리"가 더욱 매서워질 수
있다"고 언급.

경제분야의 최대 현안인 경기양극화 해소와 연착륙을 위해 갖가지 정책을
내놓겠지만 총선정국이 대선정국이 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소기업 끌어안기"에도 적지 않은 비중을 둘 것으로 점쳐진다는 것.

<>.주요그룹들은 따라서 정보팀을 풀가동하는등 청와대와 경제부처의 동향
을 파악하느라 바삐 움직이는 모습.

특히 코 앞으로 다가온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과 공기업민영화등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그룹 회장실의 P상무는 "정부의 힘이 강해져 공기업민영화와 통신사업자
선정등 대형신규사업을 비롯 각종 인허가사업들이 정부논리대로 밀어붙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

그는 특히 그동안 총선전망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정부여당과
"거리"를 유지해온 일부그룹들은 이를 커버하기 위해 더 열심히 뛸 것으로
분석.

<>.전경련 상의등 경제5단체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총선과정에서 드러난
갈등을 하루빨리 치유하고 기업들이 안심하고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힘써 줄 것을 요청.

경제단체들은 <>정부및 여야가 합심, 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규제완화등 선진국수준의 기업환경을 마련하고 <>원만한 노사협상 타결을
위한 노사관계 안정 <>국민생활 편익증진에 초점을 맞춘 경제정책을 펴
달라고 주문.

전경련은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의 대외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하는데 국정의 초점을 맞추어 달라"고 강조.

무협은 경제 각 부문의 자유화와 선진화, 사회간접자본(SOC)확충 중소기업
지원등을 일관성있게 추진하고 남북문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실있게
접근해 줄 것을 요구.

경총은 노사가 총선과정에서 흐트러진 분위기를 바로잡아 생산활동에
전념해 줄 것을, 기협은 중기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 효율적인
중기정책을 펼쳐줄 것을 각각 강조.

<>.기업들은 총선과정에서 임직원들의 흐트러진 분위기를 수습하고,
"평상심"으로 돌아가 본연의 경영활동에 매진하기 위해 수출및 설비투자
계획을 재점검하고, 원만한 노사협상을 도출하기 위한 다각도의 대책마련에
부심.

특히 개인휴대통신(PCS)등 대형신규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은 총선이후 본격적인 세몰이와 홍보에 나설 방침이어서 재계의
통신대전이 본격화될 전망.

현대는 총선으로 인해 미루거나 보류시켰던 사업들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

현대는 "기술중시"의 정몽구회장의 지시로 제정한 제1회 현대기술상
시상식을 조만간 개최할 예정.

또 삼성과 손잡고 추진중인 PCS사업권 획득을 위한 홍보에도 적극 나서는
한편 숙원사업인 제철사업도 수면위로 부상시킨다는 전략.

삼성은 최근 이건희회장주재로 열린 미주경영전략회의에서의 논의된
중장기경영전략을 본격화하는 한편 사회복지 환경사업에도 힘을 쏟을 방침.

총선으로 해외출장을 미뤘던 일부총수들이 잇달아 출국할 예정이어서 눈길.

최종현선경회장은 12일 미주법인을 둘러보기 위해 출국했으며, 김우중
대우회장도 주말께 동유럽국가의 현지사업을 점검하기 위해 나갈 예정.

또 구본무LG회장은 남아공에서 열리는 호남정유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 18일
출장키로 했다.

< 이의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