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가 "삼극생산체제"의 중심축이 될 첫번째 해외생산기지로 미국
조지아주를 택한 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이미 미국시장에 진출해있는 HDC(독 획스트, 일 다이아포일
합작사)와 도레이등 경쟁업체에 대한 대응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최대시장인 미국을 공략하지 않고서는 폴리에스터필름의 "패자"가
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미국의 폴리에스터필름 시장규모는 연 32만t.

전세계 수요의 30%가 약간 넘는다.

성장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필름 가운데 최고가제품인 폴리에스터필름은 선진국일수록 시장성장속도가
빠른 편이다.

미국의 경우 오는 2000년께는 연 50만t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다.

이에 비해 미국의 자체 생산능력은 현재 27만8천t으로 아직까지
연 4만2천t 가량 공급이 달리는 상태다.

이렇게 "매력있는" 시장이지만 "수출"을 통한 공략은 어렵다.

"폴리에스터필름은 운송방법이 까다롭고 무게가 많이 나가 수송비
빼면 남는 게 없기 때문"(유달준 SKC아메리카사장.전무)이다.

"안방에 들어가서" 공략하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세계1위인 HDC와 3위인 도레이가 미국을 주요해외생산기지로 키워가고
있고 2위인 듀폰은 미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음을 감안할 때 SKC의
미국공장건설은 오히려 뒤늦은 감마저 있다.

또 하나는 미국에 생산기지를 건설함으로써 "SKC"상표에 세계적인
"보증수표"를 달겠다는 의도를 들 수 있다.

품질 기술력 가격경쟁력은 이제까지도 자랑할 만 했지만 인지도면에서는
경쟁업체에 비해 낮았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SKC는 이제 "Made In USA"라는 마크를 달고 미국뿐 아니라 이 마크에
"친숙한" 중진국(남미)과 선진국(유럽)을 두루 공략할 수 있게돼 상표의
세계화전략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반덤핑관세 등 미국의 보호무역장벽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은 부수적으로
얻는 성과다.

"고생스럽게 수출해놓고도 덤핑시비에 말려 이미지를 당해온 시행착오는
다시 없을 것"(최재원SKC기획.총괄이사)이라는 말도 조지아공장건이
성사되면서 할 수 있게 된 얘기다.

SKC가 이런 전략을 수행할 미국내 생산기지로 조지아주를 택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회사는 현지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16개주 70여개 지역을 조사했었다.

그 가운데 조지아주가 마지막까지 사우스캐롤라니아주와 경합을 벌이며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최종 낙점됐다.

공장부지로 선정된 코빙턴시의 경우 96년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아틀란타시에 인접해 각종 인프라가 잘 확충돼있다.

조건도 매우 좋은 편이다.

10년간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토지도 3백80만에어커(45만평)
가운데 80만에어커만 구입하면 됐다.

나머지땅은 10년간 무상대여해주고 이후에는 단돈 1달러에 SKC측에
매각키로 돼있다.

세계최대 시장의 "안방"에 국내에서 보다도 더 유리한 조건으로
들어앉았다는 얘기다.

SKC는 조지아공장 건설을 시발로 21세기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98년께는 아시아지역에 제2의 현지생산기지 구축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2005년께는 한국과 미국 아시아에 "삼극생산체제"를 갖춘
연산 30만t의 세계1위 업체가 된다.

조지아공장은 이런 "야심찬" 21세기전략의 성패를 가늠하는 시금석인
셈이다.

1차공장이 가동되는 올 98년까지 SKC가 전사적 역량을 이곳에 집중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아틀란타(미 뉴저지주)=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