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여인극장 (대표 강유정)이 창단 3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
행사를 펼친다.

94 퓰리처상 수상작 "키 큰 세여자" (에드워드 올비 작, 4월3~22일
국립극장 소극장)와 창작극 "가라리 네히어라" (박제홍 작, 6월12~25일
문예회관 소극장)를 올리고 근로청소년을 위한 순회공연, 한국 연극
발전을 위한 세미나도 마련한다.

여인극장은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전무하다 시피하던 1966년 강추자
전윤희 선우용녀 김복희 서계영 강유정씨 등 여성연극인들이 모여 창단한
한국 현대 연극계의 대표적인 극단.

30년동안 여성대표인 강유정씨가 맡아 "모닥불 아침이슬" "아내라는
직업의 여인" "세상은 남자 가정부를 원한다" 등 110여편의 공연을 통해
인간, 특히 여성문제에 천착해 국내 페미니즘 연극의 초석을 세웠다.

첫번째 기념공연 "키 큰 세여자" (강유정 연출)는 독점 판권 계약을
통해 선보이는 국내 초연작.

각각 다른 모습이지만 결국은 한사람으로 형상화되는 20, 50, 90대의
세여인을 통해 인간내부에 존재하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심성을 의인화
하여 포괄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로 유명한 에드워드 올비의
작품으로 특유의 간결하고 냉소적인 말투와 함께 여성의 미묘한
심리갈등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백수련씨를 비롯 이정희 이현순
오상원씨가 출연해 심리 연기대결을 벌인다.

6월에 공연될 창작극 "가라리 네히어라" (강유정.박제홍 공동 연출)는
작가 박제홍씨의 우리설화 세계화 작업의 첫번째 작품.

삼국유사의 처용설화를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조명한다는
구상이다.

인기배우 윤석화씨 등을 캐스팅해 미국 뉴욕 등 7개도시와 캐나다
해외 순회공연도 나설 계획.

또 이들 두 작품으로 근로청소년을 위한 방문공연을 실시하고
연극협회와 연극계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 "우리연극 활성화 방안을
위한 세미나"도 열 방침이다.

강유정 여인극장 대표는 "지나온 30년을 결산하는 것을 계기로
우리연극 및 여인극장의 새로운 활로를 찾고자 한다"며 "오랫동안
연극을 사랑하고 연극계를 지켜온 많은 이들의 변함없는 관심과 격려를
바란다"고 밝혔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