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조티카"는 인간의 고독과 절망을 한꺼풀씩 벗겨낸 영화다.

사랑과 성의 본질에 대해 일관되게 탐색해온 아톰 에고얀 감독의
최신작.

지난해 칸영화제 국제비평가상을 받았다.

엑조티카는 스트립클럽의 이름.

이곳에선 누구나 단돈 5달러만 내면 마음에 드는 댄서를 테이블로
부를수 있다.

단, 댄서들은 손님을 만질수 있지만 손님은 댄서의 몸에 손을 댈수
없다.

이 불문율이 영화에 팽팽한 긴장을 불어넣는 장치로 작용한다.

소외된 현대인의 정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감정의 지렛대"인 셈.

카메라는 밀폐된 공간을 중심으로 네사람의 인물을 교차시켜 보여준다.

매일밤 여학생 복장으로 끈적끈적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소녀
크리스티나 (미아 커쉬너).

무표정한 얼굴에 슬픈 그림자가 드리워진 그녀에게 날마다 찾아오는
중년남자 프란시스 (브루스 그린우드).

그는 세무감사원으로 남의 회계장부를 조사하러 다니다 밤이 되면
클럽에 나타나 그녀를 보며 외로움을 달랜다.

몇년전 딸을 유괴범에게 잃은 그는 딸과 가까웠던 크리스티나에게
내밀한 감정을 느기며 삶의 위안을 얻는다.

여기에 클럽의 DJ 에릭이 끼어든다.

질투심에 불탄 그는 어느날 밤 프란시스에게 그녀를 만져보라고
충동질한 다음 "눈엣가시"였던 연적을 주먹세례로 쫓아낸다.

유일한 희망을 잃은 프란시스는 순진한 애완동물가게 주인 토마스를
밀수혐의 은폐의 대가로 끌어들여 못다한 애정을 되살리려 노력한다.

이 영화는 일상속에 가려진 개인의 상처와 외로움을 대중적인 공간으로
이끌어냄으로써 현대사회의 허상을 천천히 벗겨보인다.

청회색톤의 색감연출이 이같은 주제의식을 떠받친다.

북미.유럽지역에서의 찬사와 달리 우리 정서에는 다소 어색하다.

( 9일 코아아트홀 씨네마천국 개봉 )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