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KT(이기택 민주당고문)가 고지를 탈환할 수 있을 것이냐"

"지역정서의 희생물이 될 것이냐"

부산 해운대.기장갑은 신한국당 김환 의원(49)과 민주당 이기택 고문
(58)간의 정치생명을 건 맞대결로 벌써부터 표밭이 달아오르고 있다.

김영삼정부의 "메카" 한복판에 뛰어든 이고문이 해운대 모래밭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두 주자의 "큰싸움"으로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마땅한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있고 현재까지 무소속 간판으로 출전채비를 하는 인사도
없는 상태다.

동아대를 나와 13대에 정치입문한 김의원은 민자당원내부총무와 부산시
지부위원장을 거친 자칭 YS 대리인.

고려대상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4.19세대 대표주자의 한사람인 이고문은
이지역에서만도 다섯번 "금배지"를 단 7선의 거물.

두사람의 대결은 지난 14대때 이루어질 뻔했다.

김의원이 14대때 김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YS에 반기를 든 이고문의
"응징"을 위해 이지역에 투입됐던 것.

당시 이고문의 전국구 출마로 무산됐던 대결이 4년만에 성사된 셈이다.

김의원은 "이고문이 92년 대선 당시 지역민들의 염원이었던 "김영삼대통령
만들기"를 외면하고 김대중 후보를 밀었던 사람"이라며 "의리론"을 쟁점화
시키고 있다.

김의원은 또 지난 대선때 김영삼후보경호단장을 맡을 정도로 YS의 신임이
두텁다는 점도 부각시키고 있다.

김의원은 이와함께 서민층이 많고 개발이 한창 진행중인 지역특성을 고려,
개발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힘있는 여당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김의원은 자신의 지역개발론에 무게를 싣기위해 <>해운대 관광특구 지정
<>수영비행장(군용시설)의 이전확정 등 굵직한 사업이 임기중에 이뤄졌음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이에 맞서 재입성을 노리는 이고문은 "김의원은 나의 적수가 안된다"고
말한다.

이고문은 이번 선거를 차기 대권도전의 전초전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이고문은 자신의 지명도를 무기삼아 "인물론"으로 치고 나간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인물론"으로 상대방의 "의리론"과 "개발론"을 무력화시킨다는 전법이다.

이고문은 "나는 누가 뭐래도 부산이 키워준 차세대 지도자"라며 "해운대.
기장갑 출마는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이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고문측은 "다시 한번 만들자(대통령을) 해운대에서"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고문측은 "부산시민의 정서가 과거와 다르다"고 말한다.

시민들이 YS이후 부산을 대표할 정치지도자로 이고문을 꼽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지역민들 사이에 YS가 대통령이 된후 부산의 경제력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이고문은 지역정서를 감안, YS에 대해 직격탄은 쏘지않는
조심성을 보이고 있다.

4년간의 공백이 부담인 이고문은 지난 11일 지구당개편대회 이후 동사무소
파출소 등을 돌며 옛조직 복원작업에 한창이다.

이고문이 중앙당 일로 지역구를 비우면 지난해 장기기증으로 지명도가
더욱 높아진 부인 이경의씨가 지역민의 경조사를 챙기는 등 공백메우기에
나서고 있다.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