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실권자 김정일의 전처인 성혜림씨 일행이 북한탈출을 위해
잠적하는 등 북한내부가 흔들림에 따라 남북경협도 당분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평양주재 러시아무역대표부에서의 북한 보안요원망명 소동까지
벌어지는 등 북한정부가 극도의 행정통제력상실상태로 빠져들고 있어
정상적인 남북경협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업계는 특히 성혜림씨가 한국으로 올 경우 남북한 관계냉각은 물론 북한
자체의 체제위기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남북경협은 예측불가의 난항에 빠져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남북한 경협은 지난해 6~9월 북한에 대한 쌀지원 때 발생한 인공기 게양
문제와 남북간의 정치적 긴장관계가 심화되면서 주춤한 상태였다.

이에따라 임가공과 광산물을 비롯한 1차상품 교역 등 일상적인 교류만
이뤄졌고 각 업체가 추진하던 경협은 성사여부조차 매우 불투명한 상태가
지속돼 왔다.

지난해 (주)대우가 남포공단 합작공장 건설을 위해 한국정부로부터 협력
사업 승인을 받은 것을 비롯, 고합물산 한일합섬 국제상사 녹십자
동양시멘트 동룡해운등 6개사가 섬유 운동화 의약품 시멘트유통기지 항만
하역설비 등에 대한 협력사업자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얼어붙음에 따라 실제 사업추진은 극도로 제한됐다.

신규사업승인도 동결돼 왔다.

삼성 LG 대우등 북한과 임가공을 비롯, 각종 경협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이번 성씨 사건이 이미 지지부진한 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경협을
더욱 위축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체제위기를 느낀 북한이 경협등 남북교류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의
탈북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행동통제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주로 제3국을 통해 이루어졌던 남북경제인들간의 접촉이 극히
제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더 나아가 경협프로젝트 자체를 파기하거나 무한정 지연시키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기업들이 북한과의 경협실무에서 상당한 애로를 느끼는 점의 하나가 북한
관계자와의 연락및 접촉상의 어려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북한측의 접촉과
상담기피는 실무선에서는 큰 타격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 진행중인 각종 경협 프로젝트에 대해 북한측이 취하게 될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도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 경우 현재 한국기업들이 추진중인 <>(주)대우의 남포공단 프로젝트
<>삼성물산의 스피커 공장 <>LG상사의 컬러TV 조립등의 사업들이 당장 큰
타격을 받게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에상된다.

이들 사업은 현재도 남북관계의 긴장으로 당초 예정보다 늦춰진 상태다.

(주)대우의 남포공단은 지난해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아직
북한측과 공장설립 계약도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삼성물산의 경우 공장이 세워지지 않아 북한에 반입된 스피커 제조장비는
그대로 방치돼 있다.

LG전자는 최근에야 한국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컬러TV검사장비를 북한에
보냈을 뿐이다.

기업 관계자들은 남북관계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악화될 경우 사업자체가
무산돼 이미 북한에 들어간 설비가 다시 한국으로 반송돼 올 가능성도
높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종합상사의 한 관계자는 "당초 북한이 빠르면 올 하반기중 단행될 김정일의
주석직 정식 취임을 계기로 체제를 정비해 그동안 주춤했던 남북경제교류에
적극 응할 것으로 내다봤었다"며 "그러나 이번 일련의 사태는 예전의 남북
경협 냉삭요인들과 달리 북한내부의 체제위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향후
남부관계에 훨씬 심각한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