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국제본부 해외지원팀의 신명철대리(31)는 제안의 "저격수"로
통한다.

지난해 신대리는 단 7개의 제안실적을 기록했다.

사원 1인당 평균 제안건수가 79건임을 감안하면 그는 "제안왕"은
커녕 제안에 있어서는 신참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7건의 제안중 하나가 "홈런"을 쳤다.

회사에 연간 50억원의 비용을 절감시켜줬기 때문.

무역거래때의 대금결제 방식을 바꾸어 보자는 게 그가 낸 제안의 요지다.

"과거 수출대금결제는 은행을 끼고 신용장 거래를 했지만 지금은
업체간 직접거래로 하는 게 보통입니다.

그러나 직접거래를 할 때 거래선이 발행하는 수출채권은 은행에서
채권으로 인증해주지 않는 게 그간의 관례였지요.

수출업체들은 대금결제일까지 기다려야했고 그때까지 이자부담도
부담이려니와 거래선의 파산으로 대금회수를 포기하는 상황도 비일비재
했습니다"

신대리는 채권의 조건이 되는데도 은행이 채권인증을 해주지 않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특유의 고집이 발동된 것.

먼저 한국은행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한국은행의 반응도 처음엔 냉담했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할순 없었다.

외국의 사례, 상법조항을 들고 다니며 재고를 요청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직접거래시의 수출채권에 대한 채권인증을 받아냈던 것이다.

이로써 삼성은 결제만기때까지 높은 이자율에 따른 비용부담(연간
50억원)을 덜게 됐다.

지난달 31일 실시된 95년 우수제안자 시상식에서 회사측이 최고
상금액 70만원의 규정을 깨고 1천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상금을 지급했다.

여기에서도 신대리의 제안이 얼마나 위력적이었던 가를 엿볼 수있다.

"작년 3월 제안이 채택된 후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회사차원의 집요한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사무직원들의 제안은 주로 사무환경개선 등이 주종을 이루었습니다.

업무에 관한 제안은 개인이 알아서 하면된다는 생각으로 쉽게 제안을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지요"

신씨는 제안이라는 게 거창한 것이 아나라고 강조한다.

"조금 더 좋게"라는 생각으로 집요하고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져야
합니다.

그래야지 소기의 성과를 거둘수 있습니다"

그의 아이디어는 퇴근시간 전철속에서 주로 이뤄진다.

메모습관은 기본이다.

조금이라도 업무개선의 여지가 보이면 혼자서 고민하지 않는다.

동료직원들과 토론은 버릇처럼 돼버렸다.

그가 지난해 제안한 7건 가운데 3건이 채택, 검토단계에 있다고 한다.

"업무의 특성상 양적으로 많은 제안을 하기는 불가능합니다"그는
"양"보다 "질"로서 승부를 걸겠다고 다짐한다.

한양대 경영학과를 나온뒤 지난 90년 7월 삼성전자에 입사, 줄곧
해외지원팀에서 근무해온 신명철대리는 무역거래시 외환결제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진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