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감독원의 올해 업무계획은 개발경제 시절의 낡은 증시제도를 국제수준
으로 끌어 올린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만하다.

대주주 중심을 소액주주 중심으로 바꾸고 상장기업에서 투자자로 정책의
방향을 튼다는게 골자다.

이를 위한 과제는 크게 세가지 분야로 나누어 제시되고 있다.

첫째는 각종 주식 발행가격의 싯가화다.

주식 가격을 본질 가치에 근접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증시의 기본과제의
하나였고 이제 미룰수 없다는게 증감원의 판단이다.

기업을 공개하거나 증자할 때 주주들이 정당한 이익을 보상받고 투자자들도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주식을 사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물론 이는 싯가 배당과도 긴밀한 관련을 갖고 있는 문제다.

공개제도와 관련해서는 특히 공모주 청약의 장기적인 폐지가 포함되어
있고 증자 역시 일반 공모증자를 지향한다는게 증감원의 설명이다.

공모주 청약을 줄이는 대신 일반 공모 또는 인수단 인수등의 방법을 당국은
검토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특히 외국기업들의 국내증시 상장이 약속되어 있어 주식가치를
싯가화하는 과제를 더이상 미룰수 없는 실정이다.

둘째 과제는 투자자보호다.

증감원은 이를 위해 투자자 보호기금을 설립하고 각종 공시제도를 국제화
하기로 했다.

그동안에는 기업공개를 촉진하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다소간 희생과 양보를
요구했던 각종 제도를 이제는 투자자 위주로 바꾸겠다는 철학이 깔려있다.

자금의 조달측면을 중시시해왔던 당국의 태도 역시 투자자 보호에 강조점을
두는 쪽으로 선회하겠다는 것이다.

증감원은 이를 위해 대주주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고 불공정거래등에
대해서도 강력히 단속하기로 했다.

상장기업들에게는 다소의 불편이 따를 것으로 전망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불공정 거래에 대한 민사재제금을 부과하고 집단소송제를 도입키로한 점
등도 진일보한 입장이다.

증감원이 제시한 올해의 업무계획중 증권회사들에 대한 감독체제 정비문제
는 올 한해 증권업계의 거대한 판도변화를 예상한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번잡한 행정규제는 과감히 풀되 증권회사가 미국 증권사 수준의 내부통제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는 대폭 개선한다는 게 증감원의 생각이다.

자기자본 지도비율을 설정한다든가 증권사의 투자신탁업 진출과 관련해
이익상충 방지제도를 마련한다는 것은 앞으로 증권사들과의 논란도 예상
된다.

< 정규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