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사업권을 따내라"

오는6월 허가 예정인 신규통신사업 가운데 국제전화가 중견그룹들의
최대 격전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전화쪽은 참여희망기업이 속속 등장, 경쟁률이 무려 10대 1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정보통신부가 이번에 허가할 국제전화사업자는 1개.

한국통신 데이콤에 이어 제3국제전화사업자 자리를 노리는 기업들은
이달들어 속속 사업참여 입장을 공식화하고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21세기를 겨냥, 사업다각화를 추진중인 중견그룹들이
주종을 이루고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제전화에 관심을 나타낸 기업은 서너개에
불과했다.

일진 한솔 해태 및 동부 대우그룹정도였다.

일진은 일찌감치 "우리는 국제전화 시장에 참여하겠다"고 진로를
분명히 했다.

일진은 우수한 기술력을 무기로 삼고 사업권수주에 자신하고 있다.

해태도 처음부터 국제전화로 마음을 잡았다.

올해로 접어들자 사정이 달라졌다.

중견그룹들이 잇달아 국제전화 사업에 "원서"를 내겠다고 나섰다.

아세아 롯데 동아 한라 고합그룹 등이다.

롯데는 미국 GTE사와 기술제휴계약을 체결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합은 최근 국제전화사업참여 입장을 결정하고미국 카나다 통신업체와의
기술협약을 거의 끝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대우는 국제전화쪽을 포기하고 PCS(개인휴대통신)에 출사표를
던졌으며 동부는 전국 TRS(주파수공용통신)를 선택했다.

중견그룹들의 관심이 이처럼 국제전화에 쏠리는 이유는 크게 4가지다.

첫째 국제전화가 비교적 손쉽게 할수 있는 사업이란 점이다.

이사업은 경험있는 인력이 많고 기술개발등 준비가 별로 어렵지않다는
것이다.

PCS나 TRS 등은 국내에 아직 도입되지 않은 새로운 서비스여서 선뜻
손을 대기가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둘째 적은 투자로 쉽게 이익을 낼수 있는 "안정성" 때문.

투자규모는 몇백억원이면 충분할 만큼 1조원이상으로 추정되는 PCS에
비해 훨씬 적다.

수익성 면에서는 데이콤보다 훨씬 유리할 것으로 평가된다.

고객유치의 관건인 요금을 신규참여기업이 마음대로 정할수 있어
파격적으로 낮출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콤은 사업초기에 경쟁업체인 한국통신 요금보다 5% 낮게 정했지만
10%이상 격차를 둘 가능성도 크다.

지난91년 12월 국제전화를 시작한 데이콤은 초기투자가 2백50억원,
전화회선은 4백40회선에 불과했다.

이렇게 시작한 국제전화 사업에서 곧바로 2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사업개시 3년만에 흑자를 기록,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셋째는 국제전화가 시내 및 시외전화 등 사업영역확대의 교두보라는
점이다.

데이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제전화에서 경험을 쌓은뒤 시외전화에
참여하고 장기적으로 최대시장인 시내전화사업으로 손을 뻗치겠다는
욕심이다.

네번째는 이번에 허가하는 통신사업가운데 가장 유망한 것으로
평가되는 PCS에선 4대그룹인 "빅4"에 밀려 국제전화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차선의 선택"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너무 쉽게 보고 덤빈다는 불안한 시각도 있다.

선로 및 교환기 운용 등 유선통신도 기술적인 준비없이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데이콤은 결코 맨손으로 국제전화를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데이터통신사업을 하면서 기간통신망을 구축했고 통신망운용경험도
충분히 쌓았다는 것이다.

국제전화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기업들이 이제부터 어떤 전략으로
"합격"에 도전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 정건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