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끝에 내리는 단비와 같은 인천지하철 전동차 발주물량을 기필코
따내라"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국내 철차3사가 인천시지하철본부가
내달 13일 발주하는 지하철용 전동차 2백량을 따내기 위한 수주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주)인천시지하철본부가 인천시 지하철1호선에 투입하기위해 발주하는
전동차 2백량은 일감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터진 "대어급 일감"
인데다 인천시가 발주하는 첫 물량이라는 점에서 철차업계가 오랜만에
흥분하고 있다.

또 후발업체인 한진중공업이 기존 경남 다대포공장에 이어서 내년10월
완공을 목표로 연내에 공사에 들어갈 경북상주공장(1단계 연산3백량)의
가동에 필요한 일감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강력한 "수주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도 업체들의 수주경쟁에 "풀무질"을 하고 있다.

전동차 발주물량은 보통 1백량만 돼도 대형일감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이의 2배에 해당하는 물량이 겨울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처럼
모처럼 발주되는 것이어서 업계가 어느때 보다도 잔뜩 부풀어있는 것.

인천시가 발주키로 한 물량은 지난해 5월 부산시지하철본부가 발주한
2백94량이래 최대물량이다.

특히 업계는 인천시가 발주하는 차량구입가격이 적정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어 더욱 일전불사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인천시가 책정한 철차 2백량 구입예산은 1천2백54억원으로 차량 한량당
6억2천만원꼴.

업계가 주장하는 적정가격은 5억5천만원에서 6억원선이어서 이번에
공고한 가격은 꽤 좋은 조건인 셈이다.

일감부족에 허덕여온 철차업계가 그동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덤핑입찰에 나서면서 최근 평균 수주가격은 한량당 4억원을 밑돌아 왔다.

이런저런 점에서 이번 인천시의 전동차물량 만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게 업체들의 한결같은 "의지"다.

대우중공업 김광석이사는 "일감가뭄에 시달려온 터여서 사활을 걸고
이번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의에 불타고 있는 업계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번 입찰은 국제입찰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종은 가변전압 가변주파수( vvvf )방식.

8량당 1편성, 총25편성으로 이뤄지게 된다.

수주업체는 낙찰후 5백90일내에 3편성을, 6백20일내에 10편성을,
마지막으로 7백20일내에 12편성을 납품해야 한다.

철차업계가 가장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유리한 가격을 제시하는
외국전장품업계와 손잡는 문제.

이는 이번 입찰이 "짜고치는 고스톱"처럼 과거의 담합입찰이 아니라
저가경쟁 입찰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투찰때 가장 낮게 써내야만 수주전에서 경쟁업체를 따돌릴
수 있게시리 돼 있다.

특히 전동차의 가격산정때 최대변수인 전장품의 가격을 가능한 한 낮게
산정해야만 낙찰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따라 업체마다 부품공급 가격을 낮게 제시하는 외국전장품업체를
고르기 위해 다각적인 접촉에 들어갔다.

현대정공은 미쓰비시중전기(일본) ABB(스웨덴)와, 대우중공업과
한진중공업은 도시바(일본) GEC알스톰(프랑스) 지멘스(독일) 등과 각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최근의 일감부족 현상이 업체간 과당경쟁과 이에 따른
덤핑입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입찰에서 낙찰가격은 적정수준을 훨씬
밑도는 한량당 4억원선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적정가격보다 최소 1억5천만원 이하에서 낙찰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찰차업계는 물론 제살깎아먹기식의 출혈입찰을 자제하자는데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면 "내가 차지해야 한다"는 업체들의 욕심때문에
저가투찰을 할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을 갖고 있다.

제값받기라는 총론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삐끗"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내부에서 일고 있는 "덤핑자제론"이 이번엔 지켜질 지 두고볼
일이다.

< 이의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