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분쟁의 대부분은 일반투자자와 증권사직원간 일임매매와 관련돼 있다.

지난 94년 6월 주식투자를 시작한 김모씨(48세).

2억5천만원의 투자자금을 모증권사 서초지점에 맡겼다.

마침 시장이 활황세를 타고있는 시점이어서 처음에는 짭짤한 재미를 맛볼수
있었다.

그러나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던 주가가 꼬꾸라지기 시작했고 95년 3월
에는 원금까지 까먹게 됐다.

평생동안 모은 재산이 일순간에 축나게 됐으니 하늘이 노래지는것 같았다.

실랑이끝에 증권사 직원으로부터 연말까지 원금을 보장해 주겠다는 각서를
챙겼다.

하지만 그 각서는 증권사 직원과 고객간에 "당분간 참고 기다려보자"는
묵계정도의 효력밖에 없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

각서를 들고 증권사를 찾아갔지만 자신의 투자자금은 8천만원으로 쪼그라
들어 있었고 증권사직원은 "나몰라라"는 식이었다.

본사를 찾아가 항의도 하고 증권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에 민원을 접수
시켰지만 투자원금을 찾기란 막막한 실정이다.

이처럼 고객과 증권사직원간 일임매매와 관련, 증권감독원에 접수된 분쟁
조정민원이 지난해에만 3백18건이었고 증권업협회의 민원접수까지 포함할
경우 5백건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투신사의 과대광고와 보장각서파문이 확산되면서 간접투자자들의
민원까지 폭주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현상은 자본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투자자들의 권한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데 주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주식이라는 위험자산에 투자하면서 리스크는 회피하고 고수익만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인식에도 적지않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혹 순진한 투자자가 원금까지 날릴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해도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수는 없다.

일반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은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성급하고
기대수익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꼽힌다.

주식을 산지 한두달안에 승부를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자연히 매매회전율이 기관투자가에 비해 높다.

실례로 지난 93, 94년 개인의 주식보유비중이 각각 41.5%, 40.18%였다.

그러나 매매비중은 72.1%, 67.4%로 기관투자가들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대우증권이 지난해 실시한 일반인들의 투자성향에 따르면 일반투자자들의
매매회전율은 3백~4백%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때론 약정을 올리려는 증권사 영업사원의 부추김이 이같이 성급한 투자
성향과 맞물려 주식시장이 투전판으로 변하기도 한다.

기업가치와 경제전망에 대한 면밀한 분석없이 영업점직원의 추천에 따라
순간적으로 종목을 잡고 수억원의 돈을 투자하는 사례도 적지않다.

고도경제성장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80년대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주식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문제점이다.

배당수익과 매매차익등을 감안한 현실적인 수익목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떼돈을 벌어보자는 심리가 팽배해 있는 실정이다.

당연히 투기종목을 선호하고 극심한 경우는 작전세력에 편승하려는 행태
까지 보인다.

지난 94년 하반기 기업실적과 무관한 투기적 장세가 연출된 것도 이같은
투자성향을 반영한 것이다.

소액투자자로서 자신의 권리에 무관심한 점도 시정돼야 한다.

현행 상법상에는 단독주주권과 5%주주권등 소액주주의 권한이 명시돼있다.

5%주주권에는 회계장부 열람청구권 대표소송유지 청구권등이 포함돼있다.

물론 이같은 법항목을 적용시키는데 제약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회계장부열람 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자본시장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당한 입증책임을 소액주주들이 져야하고 자칫 잘못하면 내부자거래조항에
걸릴 수도 있다.

제도가 미비된 탓에 소액투자자들의 권리가 무시된 점도 있지만 역으로
말하면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도 볼수 있다.

따라서 소액주주들의 권리확보를 위한 필요성을 제기하고 IR(기업설명회)
등을 통해 소액투자자들의 권리를 향상시켜주는 기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선진 투자의식이 정착돼야 한다.

<이익원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