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을 향한 기업들의 몸부림이 어느때보다 치열하다.

국내기업들은 90년대초반이후 냉혹한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국 일본의 각종 선진경영기법을 잇달아 도입, 지속적인 경영혁신을 꾀해
왔다.

그러나 외국의 기법을 그대로 국내기업에 이식하는 방식의 경영혁신전략은
현시점에서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경영인으로서 기업혁신의 실제 이야기를 담아 "패러다임 경영"(21세기
북스간)을 펴낸 제진훈제일모직경영지원실장(상무)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경영혁신의 실패는 최고경영진이 지닌 고전적 합리주의의 낡은 패러다임과
잘못된 기업구조(Infra-Structure),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 그리고 혁신을
구조와 시스템의 변화로만 볼 뿐 가장 중요한 사람의 변화로 보지 못한
근시안적 사고때문입니다. 단적으로 선진경영기법에 걸맞는 새 패러다임을
만들어내지 못한 까닭이죠"

제일모직을 모델로 기업의 경영관 조직 인사 리더십등 경영전반에 걸친
구체적 혁신방법을 설명한 제실장이 경영혁신을 위해 가장 강조한 부분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형성이다.

"경영혁신은 다가올 미래사회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위해 현재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사원의 커피타임까지 문제삼는
데카르트식 기계적 합리주의로는 진정한 경영혁신을 이룰수 없습니다"

그는 따라서 새로운 패러다임과 포맷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혁신이 필요
하다고 단언한다.

동시에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은 모든 것을 원점에서 보는 가운데 미래
지향적인 사고로 대응함으로써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경우 경영혁신을 통해 7,000명이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데서 4,000명이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감원이나 생산성 개선 차원이 아니라 패러다임 경영을 통한 혁신의 결과
입니다"

변화를 두려워하던 조직구성원 모두가 경영혁신이 감원이나 인사불이익등을
초래하는 제로섬(ZERO-SUM)의 경쟁구조가 아니라 공동선을 추구하는
"WIN-WIN구조"임을 인식한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제실장이 말하는 경영혁신의 또다른 핵심은 사람이다.

"사람이 마지막 경쟁무기입니다. 최고경영진에서부터 말단사원에 이르기
까지 모든 구성원이 창의력으로 무장할때 기업환경의 변화를 재빨리 수용할
수있는 창조적 기업문화가 가능해집니다"

제실장은 74년 제일모직에 입사, 재무 관리 인사 기획등 경영지원부서
에서만 22년째 근무한 전문경영인.

"패러다임 경영"의 인세수입은 모두 복지재단에 기탁키로 했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