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식 출범한 하시모토정권은 실세내각이자 선거관리내각으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하시모토총리란 실세를 얼굴로 하고 있으면서도 예산안통과가 끝나는 4월
이후에는 중의원해산및 총선거를 실시한다는 정치일정이 거의 굳어진 상황
에서 출범했기 때문이다.

하시모토정권의 최대과제는 총선거에서의 승리라고 할수 있다.

늦어도 오는 가을경에는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총선에서는 하시모토총리와
오자와 이치로신진당당수라는 두 라이벌간의 대결이 불꽂을 튀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시모토씨는 지난해 자민당총재로 취임하면서 "자민당단독정권수립을
지향하겠다"는 결의까지 밝혔듯 정치적 생명을 좌우할 이번선거에 총력을
투입할 전망이다.

그의 대중적 인기가 얼마나 득표로 연결될지는 미지수지만 무라야마총리
체제보다는 여당측(특히 자민당)이 많은 표를 얻을 수있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분석이다.

반면 신진당을 이끄는 오자와당수는 선거의 귀재로 불린다.

신진당결성후 첫선거인 지난해 7월의 참의원선거도 대승으로 이끌었다.

오자와당수는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국회에서
대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영이 파탄한 주전(주택금융전문회사)에 국민의 세금인 재정자금을
지원키로 한 문제를 둘러싸고는 연립여당측을 궁지에 몰아넣을 전망이다.

하시모토총리가 내각을 구성하면서 대장상인선에 큰 고충을 겪은 것도
오자와의 공세를 두려워하는 연립여당내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이치류(이치로-류타로)전쟁이 격화될 경우 총선은 자민-신진간의 양당대결
구도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하시모토자민당이 과반확보에 실패할 경우는 현재의 3당연립정권체제의
연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민단독정권성립여부에는 상관없이 하시모토총리가 단명에 그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그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나 자민당내에 다른 대안이 없는 점등을 고려하면
총선에서 대패를 하지 않는한 장수케 된다는 얘기다.

하시모토정권에 대해서는 경제계에서 거는 기대도 크다.

하시모토내각출범이 확정되자마자 경제단체장들이 환영의 성명을 발표하고
주식시장도 축하 상승세를 보였던 점등이 경제계의 기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하시모토총리가 대장상 통산상등 경제요직을 두루 거쳐 경제계의 실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하시모토총리는 제1당인 자민당당수이고 자민당과 경제계는 항상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점등이 기대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정책과 관련 하시모토총리는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구조개혁에 중점을
둘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지난해9월의 자민당총재선거때 "3년동안 경제구조개혁과 고용대책을
추진해 5년후에는 창조적경제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장기비젼을 밝혔었기
때문이다.

또 행정측면에서도 관료들이 국민의 편에 서서 일할 수있도록 개혁을 단행
하겠다고 공약한 바있다.

하시모토총리체제는 대외문제에서는 미묘한 변화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대미외교에서는 일본이 수세일변도를 벗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해 열렸던 대미자동차협상에서 수치목표를 끝까지 거부하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합의를 도출한 점이 보여주듯 미국의 요구에
순순히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에서다.

그러나 아시아지역국가들과의 관계는 무라야마총리시절에 비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하시모토총리는 지난해 "과거전쟁의 모든과정을 침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교묘한 발언을 하는등 역사인식에 문제를 갖고 있어 언제라도 과거문제가
민감한 외교사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쿄=이봉구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