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희 <대우증권 사장>

지금은 세인의 입에 쉽게 오르내리는 일명 스테디셀러가 된 소설
"불씨".

하지만 내가 이책을 처음 접한 93년겨울만 해도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증권시장의 환경이 격변하면서 변화와 개혁이란 화두가 온통
머리에 가득차 있던 터에 지인의 소개로 이책을 접하게 됐던 것이다.

이 책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감한 변신이 필요하다는 나의
생각에 확신을 심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회사가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신영업정책과 으뜸운동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일본사람 도몬 후유지의 "우에스기 요잔"을 번역한 이책은 소설로서의
재미와 짜임새있는 구성을 모두 갖춤으로써 읽는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삶에 대한 반추와 잔잔한 감동을 갖게 한다.

230여년전 일본봉건사회를 배경으로 한 젊은 영주의 삶이 이 소설의
줄거리를 이룬다.

주인공 우에스기 요잔은 약관17세에 불신의 깊은 골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파산지경에 이른 요네자와라는 지방에 영주로 부임,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개혁의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그가 겪는 온갖 난관과 어려움이 우리가 사회나 직장에서
자주 실감하는 개혁의 걸림돌, 개선의 장애물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놀랍다.

따라서 이 소설을 읽으면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가운데 스스로를
거듭 돌아보게 된다.

당시로서는 거의 파격적이라고 할 수있었던 발상의 전환, 아울러 그것을
단지 사고의 수준에 머물지 않고 실천에 옮겼던 추진의지.

이 모두가 고정관념과 관습, 형식에 얽매여 위기에 처한 현상을 바로
보지 못하는 대다수 범인들에게 강한 경종을 울린다.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구성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던 자기희생, 그리고
신뢰에 기초했던 선구자적인 개혁정신은 오늘 우리 모두에게 시공을
뛰어넘는 감동과 자기성찰의 불씨를 남겨주고 있다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