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배부총리와 경제5단체장들의 오찬간담회는 연례행사이긴 하지만 정부의
재계감싸안기 차원으로 인식돼 관심을 모았다.

작년말 비자금 사건등으로 소원해졌던 정부와 재계와의 관계를 복원
시키면서 효율적인 경제운영을 위한 역할분담까지 모색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날 재계의 요구사항은 역시 예상대로 금리 임금 땅값등 비용요인을 줄여
달라는 것과 규제완화의 실효성이었다.

재계의 요구에 대해 정부는 규제완화는 재경원내에 규제완화팀을 만들어
실천단계까지 챙겨보겠다는 약속을 했다.

임금안정을 위해 노사안정에 힘써달라는 요구도 했다.

재계에 역할분담도 제안했다.

대기업과 거래관계가 없는 중소기업은 정부가 중소기업청을 세워서
도울테니 대기업하청업체는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지원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부측은 재계에 대해 화해무드조성을 위한 언질도 주었다.

현안이 생기면 정부와 재계가 자주 만나고 긴밀히 협의하자고 했다.

정부는 이날모임에 이어 10일에는 전경련회장단과 나부총리 통산장관 경제
수석등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어 비자금사건으로 얼어붙어 있는 재벌
달래기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가 아직 비자금사건이 다 마무리되지도 않은 현시점에서 이처럼 재벌
달래기에 나서는 것은 하강하는 경기와 양극화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을
그대로 두고는 4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데 있다는 지적
이다.

<안상욱기자>

<>.새해들어 나웅배부총리 박재윤통산장관등 경제각료와 최종현전경련회장
등 5단체장간 첫회동인 이날 오찬은 "새해복많이 받으십시오"라는 신년인사
로 시작돼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2시간 가량 계속.

당초 1시간 정도로 예상했었으나 정부측과 재계 모두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다보니 의외로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

이날 오찬회동에서는 특히 기업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완화 노사안정
문제 중기지원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고 배석했던 장승우재경원제1차관보
가 전언.

오찬도중 밖으로 이따금 파안대소하는 참석자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와
비자금사건등으로 얼어붙은 재계와 정부간에 관계복원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듯한 분위기.

이를 반증하듯 오찬이 끝난후 환한 표정으로 나온 최종현회장은 "재계의
수출 투자 규제 노사문제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경제팀들과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을 했다"며 "이같은 모임을 앞으로 수시로 갖기로 합의했다"고
설명.

<>.오찬에 앞서 미리 도착한 나부총리와 박장관 김상하상의 구평회무협
이동찬경총 박상희기협회장등은 오찬장옆 응접실에서 잠시 환담.

구회장은 카메라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박회장에게 "올해는
중소기업의 경쟁력강화가 최대현안인 만큼 박회장의 해가 될 것"이라며
나부총리 옆자리에 앉을 것을 권유.

박회장이 끝내 사절하자 입심좋은 김상하회장이 "사진값이나 받아야겠다"며
나부총리 옆자리에 착석.

박회장은 다른 경제단체장들이 별다른 자료준비없이 참석한 것과 달리
노란색봉투에 모종의 관련서류를 가져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방안을 준비하고 있음을 예고.

<>.10여년만에 부총리로 컴백한 나부총리는 올해 정부예산 63조원은 일부
대기업의 외형 70조~80조원에 미달할 정도로 민간기업의 위상과 비중이
커졌다"며 "기업이 경제활력을 위해 뛰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

이어 "민간기업의 경영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예측가능한 여건을 조성
하는데 정책의 역점을 두겠다"고 덧붙이기도.

나부총리는 "어제(8일) 상업은행이 중기어음의 회전기간을 폐지하는 등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지원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정부와 재계도 자주
만나면 국가경쟁력강화와 경제활성화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것"
이라고 부연.

< 이의춘기자 >

[[[ 전경련회장단 회의 참석 예정자 명단 ]]]

<>최종현 선경그룹회장
<>김각중 (주)경방회장
<>정세영 현대그룹회장
<>박성용 금호그룹회장
<>조석래 효성그룹회장
<>김석준 쌍용그룹회장
<>구본무 LG그룹회장
<>강신호 동아제약(주)회장
<>장치혁 고합그룹회장
<>최원석 동아그룹회장
<>신준호 롯데그룹부회장
<>김선홍 기아그룹회장
<>황정현 전경련부회장
<>유창순 롯데그룹고문
<>최태섭 한국유리공업(주)명예회장
<>김상홍 삼양그룹회장
<>최종환 (주)삼환기업회장
<>강진구 삼성전자(주)회장
<>박용곤 두산그룹회장
<>박영일 대농그룹회장
<>박건배 해태그룹회장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