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살아나기 위해선 기관투자가들이 제역할을 해야한다.

기관화현상을 선진증시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주식시장의 안정과
효율성을 높이는데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서이다.

그러나 국내기관투자가들은 지금까지 제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4일 뚜렷한 악재가 없으면서도 주가가 28포인트이상 곤두박질칠때도
투신 은행등 기관투자가들은 팔짱을 끼고 있었다.

지난해 10월말이후 주식시장이장외악재에 시달리며 하루 주가등락폭이
커진 것도 결과적으로 기관들의 시장완충역할이 부족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시황분석가들은 최근 약세기조가 이어지면서 일부 기관들이 매도를
늘려 오히려 일반인들의 투매를 가져왔다고 현상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대우경제연구소의 한동주연구위원은 국내 기관투자가의 주식보유및 거래
비중은미국 일본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관투자가의 주식보유비중은 88년이후 꾸준한 높아져 94년말 현재
30.6%를 나타내고 있다.

95년 한해동안 기관투자가들은 3천4백67만주의 주식을 순매도한 점에 비춰
볼때 기관화 정도는 30%를 약간 웃돌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관의 거래비중도 지난 92년 14.3%수준에서 94년 29.4%로 증가했으나
지난해에는 26.8%로 오히려 감소했다.

그러나 이같은 국내증시의 기관화진전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가들이 증시에
미치는 역할은 좋은쪽보다 부정적인 면이 많았다.

효율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수급을 조절하거나 올바른 주가를 형성하는데
기여하지 못했다.

오히려 획일적인 거래로 주식시장의 안정을 해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투자신탁 은행 보험회사등 주요기관투자가들은 나름대로의 색깔을 띠지
못하고 동일한 포트폴리오및 매매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분석능력도 부족해 외국계증권사의 보고서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도 자주 발견되고 있다.

특색없는 기관투자가들의 매매행태는 결과적으로 시장유동성을 감소시키고
극심한 주가변동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과정에서 핵심우량주중심의 주가차별화등 가치중심의 장세가 진행되기도
했으나 대중주를 보유하고 있는 일반투자가들의 소외를 증폭시켰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일반투자가들이 정부와 기관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같이 기관들의 역할이 부진한 것은 금융자산축적이 덜 진행된 데다 위험
자산투자가 파행적으로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투자를 확대하고 떨어지면 파는데 주력해왔다.

단기적으로 시장상황에 대응하다보니 매매가 빈번했다.

실제로 국내기관들의 매매회전율은 1백%를 넘는다.

은행 투신 증권등 기관투자가들의 평가손규모가 4조원을 웃도는 것도
파행적인 매매와 무관하지 않다.

현물위주만의 증시환경도 효율적인 기환화장세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선물 옵션등 다양한 투자대상이 없었던 만큼 기관들이 자산리스크를
관리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기관순매수우위원칙 등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조치도
기관투자가들의 손발을 묶어 증시선진화를 더디게 했다.

기관들의 자산운용에 따른 각종 제한도 적지않다.

따라서 증시발전의 버팀목으로 기관들이 제역할을 하려면 제도적인 보완과
다양한 투자모델이 개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금융자산축적이 가속화되고 자본시장이 개방되는 만큼 주식투자에
대한 각종 제한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물론 불건전한 매매를 막기위해 기관투자가들의 매매동향이 투명하게
일반에게 공개돼야 한다.

다양한 투자모델 개발도 시급하다.

현재 국내에는 바라모델을 응용한 인덱스펀드등 투신사의 극히 일부
펀드만이 과학적인 투자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자산이 운용자의 판단에 따라 주먹구국식으로 운용되는 셈이다.

국내시장에 적합한 투자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가 뒤따라야 하고
우수한 펀드매니저도 서둘러 양성돼야 한다.

<이익원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