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이미 지난 95년 하반기에 정점을 지났으며 올해부터는 하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기의 급격한 둔화는 없을 것이며 경기연착륙이 무난하게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총선에 따른 인플레기대심리등으로 물가상승압력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시중금리 하락세가 지속되고 기업들의 자금수요도 줄어들어 기업의
자금사정은 전반적으로 호전될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해결되기 어려울 것같다"

한국경제신문사가 한국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기업 대학 경제연구소 금융
기관 경제단체 정부등 각계의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96년 경제
전망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경제전문가 50인이 그린 올해 우리경제의
기상도이다.

조사결과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 경제성장 ]]]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우리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7.2%(응답자 평균)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경제성장률(9.3% 한국은행 추정)에 비해서는 크게 둔화된
수치이지만 응답자 대부분(90%)은 이 정도면 경기가 연착륙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또 전문가들 대다수(80%)는 이미 지난 95년 하반기중에 경기가 정점에
달했다고 답해 올해부터는 경기하강이 시작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경제성장률과 관련, 응답자 그룹별로는 정부관료가 7.5%로 가장 높게
전망했으며 그 다음은 기업(7.3%) 금융기관(7.3%) 대학교수(7.3%) 경제
연구소(7.1%) 경제단체(7.0%)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성장률을 가장 높게 전망한 정부관료와 가장 낮은 전망치를 내놓은
경제단체간의 차이가 0.5%에 불과해 경기에 관해서는 대체로 전망이 일치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올해 경제성장률을 7% 미만으로 전망한 전문가 7명 가운데 5명만이
경기연착륙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는데 그 이유로는 설비투자와 내수의
급격한 둔화및 정치사회적 불안등을 들었다.

반면 이들을 제외한 모든 응답자는 경기연착륙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으며
그 근거로는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이 7%대"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상당수는 "수출과 내수가 급냉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일부전문가들(5명)은 경기연착륙 조건으로 정국안정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분기별로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의 경제성장률이 낮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76%)이었다.

그러나 올해 경제성장률을 상대적으로 낮게 예측한 전문가들일수록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한 점이 흥미롭다.

이는 경우에 따라서는 내년 상반기를 소저점으로 경기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둔화의 원인을 두가지씩 들게 한 결과 응답자 대다수는 지난해까지
경기상승을 주도했던 "수출부진"(86%)과 "설비투자 둔화"(64%)를 들었으며
일부는 "총선을 포함한 정국불안"(14%)과 "내수부진"(8%)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연착륙 과정에서 경기를 주도할 부문(2부문)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6%가 역시 "수출"을 지적해 수출이 여전히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건설투자"(44%)와 "민간소비"(50%)를 올해 성장주도부문으로 꼽은
전문가들도 많아 올해는 수출 못지않게 내수도 성장에 한 몫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설비투자와 관련,응답자들의 설비투자증가율 전망치는 평균 10.94%로
지난해(17.0% 한은 추정)의 절반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업(기획조정실장)은 7.78%로 평균을 크게 밑돌아 최근 정국등과
관련해 기업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 물가 / 임금 / 부동산 ]]]

전문가들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5.06%(응답자 평균)로 작년(4.6% 한은
추정)보다는 높을 것으로 전망해 물가상승압력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

그러나 경제연구소와 금융기관은 각각 4.85%로 가장 낮게 전망한 반면
경제단체는 5.40%로 다소 높게 예측해 시각차를 보였다.

이같은 시각차는 물가상승요인에도 나타났는데 응답자의 44%는 "총선
분위기에 따른 인플레심리"가 물가상승의 주범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공공요금과 서비스요금의 상승"이라고 답한 사람도 36%나 됐으며 "통화
증가를 포함한 총수요압력"을 꼽은 사람도 28%나 되는등 다양한 요인들이
지적됐다.

그러나 "원자재가격을 포함한 해외요인"(10%)이나 "노사관계 불투명과
임금상승"(12%)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전문가들은 올해 임금상승률은 12.23%(응답자 평균, 95년 임금상승률
을 12%로 가정)로 작년에 비해 임금상승압박이 다소 커질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최근까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가격과 관련해서는 상승시기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으나 대다수(90%)가 향후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점쳤다.

상승시기에 대해서는 가격상승을 전망한 응답자 가운데 31%가 "올 하반기"
라고 답했으며 22%는 "97년 상반기"로 예상했다.

그러나 "98년 이후"로 답한 경우도 2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금리 ]]]

전문가들 대다수(82%)는 금리하락추세가 올해에도 이어져 회사채수익률이
연평균 11.31%를 기록할 것(작년 평균 13%내외)으로 내다봤다.

금리의 추가적인 하락을 점치는 이유로는 대다수(64%)가 "설비투자 둔화에
따른 자금수요감소"를 들었으며 "금융실명제 종합과세등 제도적 요인"과
"자본시장개방" "정부의 금리인하 의지"등도 지적됐다.

금리하락과 함께 대다수(62%)는 올해 기업들의 자금사정도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으며 그 원인으로는 통화공급증가보다는 자금수요의 감소를 들었다.

한편 응답자의 12%는 자금사정이 좋은 가운데도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악화될 것으로 지적했다.


[[[ 국제수지 / 환율 ]]]

전문가들은 올해 경상수지적자가 작년(85억달러 한은추정)보다는 줄어들
것이라는데 뜻을 같이했으나 적자폭에 대해서는 정부(82.5억달러) 기업
(55억달러)등 응답자 그룹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한편 적자폭이 감소하는 이유로는 설비투자.내수 둔화와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입감소"라는 응답이 84%였고 해외경기호전과 국내설비능력
확보에 따른 "수출증가"를 지적한 사람이 16%로 나타나 전문가들 대다수는
올해 경상수지 적자축소는 수출증가보다는 수입둔화에서 비롯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편 경상수지 적자폭을 크게 예상한 학계(81.25억달러)는 올해 원화환율
을 1달러당 7백57원으로 전망해 절상폭을 가장 적게 예측한 반면 적자폭을
가장 적게 전망한 기업의 경우는 1달러당 7백42.8원으로 가장 절상폭이 크게
예측했다.

외자유입에 따른 자본수지 흑자가 원화환율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처럼 원화환율 절상폭이 무역수지적자폭과는 반비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답해 전문가들의 환율예측은 무역수지 흑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시사했다.

엔화환율에 대해서는 경제단체와 학계만이 달러당 1백3엔대로 보았고
나머지 그룹들은 1백엔 내외로 예측했다.

[[[ 경제운영 ]]]

올해 바람직한 경제운영과 관련해 초점을 둬야 할 부문으로 기업과 경제
단체들은 "정부간섭과 규제를 배제해 줄것"을, 연구소와 금융기관들은
"구조조정과 관련한 중소기업지원"과 "경기연착륙을 위한 신축적인 경제
운영"을, 연구소와 대학은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각각 요망했다.

부문별로는 응답자의 24%는 "규제완화"를 들었으며 "신축적 통화관리"및
"물가안정을 위한 노력"이 각각 15.8%, "원화가치의 안정을 포함한 국제
수지개선"이 19%, "중소기업지원을 포함한 구조조정"이 17.9%로 나타났다.

올해 우리경제에 장애를 가져올 요인으로는 27%가 "수출경쟁력의 약화"와
"설비투자등 경기하강"을 들었으며 "노사불안과 임금상승"을 지적한 응답도
전체의 23.4%에 달했다.

그 다음은 "총선과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불안"(14.9%) "정치권의
불안정"(14.1%) "양극화등 산업구조문제"(12.5%)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소수는 "대일무역역조"와 "중소기업부도등"을 지적했다.

< 김용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