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왕기전 제2국은 2백48수만에 이창호 칠단의 흑3집반승으로 끝났다.

지난달 28일의 제1국이 조훈현 구단의 파괴력이 돋보인 판이었다면
26일 열린 제2국은 이창호 칠단 특유의 대세감각이 빛난 한판이었다.

한국경제신문.한국PC통신공동주최, 한국이동통신후원의 이날 대국은
초반부터 조심스럽게 진행돼 10시간동안 쫓고 쫓기는 접전의 양상이었다.

이칠단은 흑53에 45분, 35에 35분여를 소비하며 초반부터 신중하게
두었고 조구단도 질세라 조심스런 행마를 보였다.

포석에서는 조훈현구단이 다소 우세했다.

이칠단은 애용하는 화점대신 외목과 소목으로 3선에 착점해 단단하고
견실하게 시작했지만 다소 단조로운 포석으로 조구단에게 리드를 뺏겼다.

이칠단은 우하귀를 포함한 하변과 우상귀를 포함한 상변일대를 착실하게
굳혔고, 조구단은 좌변 "19로 장통"의 진용을 갖춘다음 교묘한 중앙작전
으로 맞섰다.

그러나 중반까지 우세를 보인 조구단의 승부를 결정지으려는 조바심이
하변중앙에서 90, 92의 과수를 불러 흑93을 당하자 바둑은 순식간에
역전됐다.

불리해진 조구단은 투혼을 발휘하며 추격전을 벌였다.

우상귀에서 148로 흑149의 후퇴를 이끌어내 다시 어울리는 계가바둑이
됐다.

그러나 이창호 칠단은 눈터지는 계가바둑이라는 검토실기사들의 우려와
달리 차분한 응수로 3집반의 낙승을 거둠으로써 탁월한 형세판단력을
다시한번 과시했다.

결승 제3국은 다음달 5일 열린다.

< 백광엽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