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이 자녀들을 거리로 내몬다"

"지나치게 통제적이거나 방임적인 교육은 가출욕구를 자극시킨다"

학교폭력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가출및 청소년
비행에 관한 실증적 연구서가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대 안창규.문선화.전윤식교수가 공동집필한 "가출청소년과 학교관리
체제"(집문당간)가 그것.

이 책은 한 여자상업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상담을 실시해
가출사례및 원인, 심리적 변화등을 분석한 뒤 이에 대한 예방책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결과 청소년들이 가출하게된 원인은 부모의 과도한 통제와 가정불화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흥미를 상실하거나 동료.이성친구의 유혹으로 집을 나가는 경우도
많았다.

이들은 혼자보다 친구 1~2명과 함께 가출하는 경향이 있으며 가급적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선택한다.

가출직후 해방감에 들떠 있다가 차츰 자기비하나 비행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며 1주일쯤 지나면 집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일단 집을 나온 학생들은 갈곳이 없어 헤매거나 음주절도, 유흥장출입,
이성접촉등 일탈된 행동을 보인다.

심지어 죽고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7차례나 가출경험이 있는 H양은 레스토랑 다방 룸살롱등을 전전하다 겨우
학교로 돌아왔다.

어릴때부터 보아온 부부갈등과 가출당시 목격했던 사회의 어두운 면때문에
자신의 미래마저 회의적으로 여긴다.

자신의 가출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겠다는 응답이 40%, 친한 친구
에게 알린다는 학생이 50%정도.

가출후 귀가방법은 부모들의 수소문(45%)과 직접 찾아 들어오는 경우
(30%), 선배나 친구가 데려다 주는 경우(20%)등으로 나타났다.

가출학생의 재가출가능성은 매우 크다.

마음대로 행동하던 순간들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는데다 주변환경이
자신을 속박한다는 느낌이 들면 언제든지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에 사로
잡힌다.

하지만 이들도 퇴학은 결코 원치 않는다.

따라서 처벌보다 예방및 치유차원의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도 학생신분을 유지하는 것이 비행화과정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

형식적인 반성문쓰기, 교무실앞에서 벌을 세우고 창피주기 등은 학생들의
반발심만 자극할 뿐이다.

학교교육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부모교육.

가정환경이 개선돼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가능하다.

이 책은 또 사회단체나 정부기관의 역할증대를 촉구하면서 가정 학교
사회가 동참하는 "삼위일체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