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러시아를 제2 내수시장으로 육성키로 하는등 "2단계 진출
붐"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90년 전대차관 특수와 함께 시작됐던 "1단계 붐"이 단순 수출중심
이었던 데 비해 현지공장을 짓고 직영 판매거점을 대폭 확충키로 하는 등
진출전략이 입체화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LG 삼성 대우 등 전자업체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LG전자는 향후 2년동안 러시아일대 매출을 3배이상 늘린다는 의욕에 찬
진출계획을 마련했다.

삼성은 가전제품은 물론 정보통신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활용해 러시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신회선 민영화작업에 적극 참여키로 하는등 다면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아예 러시아시장을 "한국에 이은 제2의 내수시장"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우즈베키스탄등에 종합가전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이어
판매법인 전시장 애프터서비스센터 등을 확대 설립키로 하는등 수직계열화
전략을 추진중이다.

이들 3사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러시아지역내 시장점유율 1위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쓰시타 도시바 소니 등 쟁쟁한 일본업체들을 제치고 러시아 전자시장을
석권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3사가 러시아지역에 쏟아붓기로 한 "진출 비용"도 엄청나다.

삼성은 내년중 키에프등에 3개의 지점(sales post)을 추가 개설키로
하는 등 직영 지사를 97년까지 10개로 확대키로 했다.

현지인들에 위탁 판매하는 독점딜러망(brand shop)은 현재의 1백10개에서
98년까지 2백개로 배가까이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저항기 사설교환기시스템(PABX)등 통신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에
연구소도 설립했다.

LG와 대우는 18일 대규모 복합가전공장과 애프터서비스센터 설립 계획을
각각 발표했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이 러시아시장에 부쩍 주력하고 있는 것은 지난
90년대초 구소련시절 "과잉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던 "반짝 진출붐"이후
거의 5년만의 일이어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시 국내기업들은 한국정부가 구소련정부에 공여키로 했던 40억달러의
"한국상품 구입조건부 전대차관"이란 호재를 타고 대소수출경쟁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소련 정치와 경제정세가 극도의 혼미를 치닫는 가운데 <>93년
구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으로 분리되면서 <>전대차관
프로젝트마저 흐지부지되자 한동안 이 지역을 "위험도가 큰 시장"으로
분류해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양충일삼성전자 이사(모스크바법인장)는 "러시아등 옛소련권은 그동안의
정치.경제적 혼미를 극복하면서 인플레를 진정시키는 등 안정을 되찾고
있다"며 "중국에 이은 거대시장인 러시아에 미리 교두보를 마련함으로써
향후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지역시장에서의 투자과실을 미리 예약해
놓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