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5일 검찰의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에 관한 중간수사결과가
발표되자 "일단 한숨은 돌리게 됐다"며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특히 검찰이 이날 이미 구속된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외에 나머지
기업인에 대해서는 전원 불구속키로 확정 발표한데 대해 "최악의 위기는
넘겼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이건희 삼성그룹회장과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등 8명의
기업인에 대해서는 기소, 나머지 기업인에 대해서는 ''불입건''조치키로
함에 따라 해당 그룹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재계는 어쨌든 이번 비자금사건으로 사상 최악의 ''홍역''을 치렀던 만큼
안팎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흠집이 난 기업이미지를 고쳐세우기 위한
경영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일제히 돌입했다.

또 그동안 두달가까이 진행돼 온 비자금 스캔들로 차질을 빚어온
정기 인사와 새해 사업계획 등 그룹별 현안 업무를 처리키 위한 작업에
분주해졌다.

''정상경영체제''로의 복귀를 겨냥, 발빠른 행보에 나섰다.

<이희주기자>

<>.현대 삼성 LG 대우 등 대기업그룹 임직원들은 이날 오후 2시 검찰의
노씨 관련사건 기소가 TV로 생중계되자 일손은 멈춘채 발표 내용에 이목을
집중하는 모습.

특히 재계로서는 이날 검찰 발표의 하이라이트인 기업인 처리문제가
발표되는 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다 ''전원 불구속''이 확인되자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검찰이 대기업 총수 대부분을 불입건 조치키로 하면서
이건희(삼성) 김우중(대우) 최원석(동아) 장진호(진로) 이준용(대림)
김준기(동부)회장 등 8명의 기업인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발표되자 해당 그룹 관계자들은 일말의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반면 현대 LG 등 다른 그룹들은 "이젠 발뻗고 지낼수 있게 됐다"며 안도.

<>.삼서윽룹은 이회장이 기소되는 사태를 막기위해 적극 노력해 왔음에도
불구속 기소로 결정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그룹측은 "의외의 결과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는 아무 할 말이
없다"고 말하는 등 공식반응을 극도로 자제했다.

그러나 그룹 임직원들은 이날 검찰 발표이후 삼삼오오 모여서 향후의
사법처리 방향을 점치는 모습도 보였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삼성이 벌이고 있는 사업에 나쁜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사업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의철기자>

<>.재계는 비자금사건이 일단락된데 안도하면서도 국세청이 그동안
미뤄온 세무조사에 본격 착수하는 것 아니냐며 여전히 경계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달 삼성물산 등 일부 대기업에 대한 정기세무조사에
착수하려다가 대상기업명단이 언론에 알려지자 세무조사를 일단
연기했었다.

국세청은 이와 관련해 "올해안에는 노전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는 있지만 세무조사의 가능성은
여전히 배제할 수 없어 일말의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상태인게 사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비자금건이 해결됐는데 세무조사가
이뤄지더라도 무슨 큰 탈이야 나겠느냐"며 "기대"를 표시했다.

<권영설기자>

<>.뇌물공여액수가 1백50억원이나 됐던데다 비자금을 실명 전환한
사실까지 있어 ''무거운처벌''이 내려지지 않을까 긴장했던 대우그룹은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며 다시 경영활동에 주력하겠다는 반응.

한 관계자는 그러나 이번 조치에 대해 "다행이라고도 낭패라고도 할
수 없는 어정쩡한 입장"이라며 ''표정 관링''에 신경을 쓰기도 했다.

이는 그동안 염려했던 김회장의 구속사태는 비껴갔지만 이경훈
비서실회장이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대기업그룹중에서 유일하게
2명이 사법처리를 받게 된 데 따른 반응인 듯.

대우는 특히 이번 사태로 타격을 받은 그룹의 대외이미지와 신용도의
회복을 위한 ''묘수''를 찾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

또다른 관계자는 "최근 영국 금융기관들이 대우그룹의 신용도를 조사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해외사업이 많은 그룹 특성상 떨어진 신인도를
회복하는 게 최대의 당면 과졔"라고 말했다.

<임혁기자>

<>.대우와 함께 한때 회장의 구속까지 염려했던 동아그룹은 5일 오전
이미 최회장에 대한 불구속기소를 예상, 자율경영계획을 발표하는 등
기민한 대응을 보였다.

최회장은 권한을 전문경영인인 계열사 사장들에게 대폭 이양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그룹 경영체제 개편작업을 가속화, 이달중순까지
마무리지은 뒤 25일을 전후해 리비아로 출국할 예정.

<심상민기자>

<>.현대 LG 등은 총수가 불구속은 물론 기소조차 되지 않은 ''불입건''으로
결정되자 "애초부터 별 걱정을 하지 않았었다"고 하면서도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그룹 관계자들은 "총수가 법정에 설일도 없어졌으니 아무 거리낌없이
그동안 추진해온 공정경영 등 내부 경영혁신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
이라고 짤막하게 논평.

<이학영기자>

<>.선경 동방유량 등 이번 비자금사건 초기에 노 전대통령의 ''친인척
기업''이라는 이유로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그룹들도 일체의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되자 "묵은 체증이 싹 가셨다"는 환영
일색의 반응을 나타냈다.

선경그룹 관계자는 "총수가 노씨와 사돈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동안 별별
쑥덕공론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사필귀정임이 입증됐다"며 기염을 토했다.

<추창근기자>


<>.쌍용 한진 금호 롯데 코오롱 미원 등 총수들이 검찰에 불려갔던
나머지 그룹들은 ''불입건''으로 낙착된데 대해 대체로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 그룹은 "이번 사건으로 과거의 정경유착 관행이 어떤 식으로든
청산될 계기를 맞았다"며 "이제는 재계가 도덕경영을 바탕으로 공정한
경쟁의 룰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아라고 입을 모았다.

<정태웅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