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굴지의 대형컴퓨터 업체 선마이크로시스템이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

IBM같은 거대기업에 눌리고 작고 날렵한 PC에 밀려 고전하던 선마이크로
시스템이 수년만에 "따뜻한 햇볕"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 82년 선마이크로시스템이 최초로 전문 엔지니어링용 워크스테이션을
내놓았을때 업계에서는 회사가 망할 날도 멀지 않았다고 비웃었다.

IBM이나 휴렛팩커드 같은 대기업이 선마이크로시스템을 놔둔다 하더라도
PC가 곧 워크스테이션 시장을 삼켜버릴 것이라고 이들은 단언했다.

90년대초 선마이크로시스템이 내놓은 컴퓨터들이 시장에서 외면당하자
이들은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그러나 선마이크로시스템은 이제 이들의 말문을 닫아버릴 채비를 하고
있다.

제1의 무기는 지난달 7일 발표된 워크스테이션 신제품.

대당 1만7,000~6만달러짜리 이 워크스테이션은 기존 제품보다 정보처리
속도가 3배 빠르다.

그뿐 아니다.

이 제품에 장착된 신형 칩 울트라SPARC는 추가로 값비싼 카드를 장착하지
않아도 비디오및 3차원 입체영상 그래픽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줄 수
있다.

더욱이 슈퍼컴퓨터 기술을 일부 도입, 기존 모델보다 8배나 빠른 속도로
컴퓨터안에서 자료를 이동할수 있다.

기업들은 이 기술을 데이터베이스구축등 여러분야에 폭넓게 응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잊혀져 가던 "선"이라는 브랜드를 칩 디자이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등 주요 고객들의 머릿속에 생생히 되살려놓는 계기가 될 것으로
선마이크로시스템은 기대하고 있다.

실제 이 제품은 상점 뒤편으로 밀려났던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제품을
앞자리로 끌어냈다.

인터내셔널 데이터의 분석가 토머스 코넬란드는 ""선"이 되살아나고 있다"
고 평가하기도 했다.

제2의 무기는 "자바".

자바는 선마이크로시스템이 개발한 새 프로그래밍 언어이다.

자바를 이용하면 인터넷의 멀티미디어 서비스인 월드와이드웹(WWW)상에서
데이터나 프로그램을 손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그때그때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에서 즉시 끌어다 쓸 수 있다면
비싼 돈을 줘가며 고성능 PC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95"같은 운영체제를
살 필요가 없어진다.

물론 자바프로그램을 시장에서 싼값에 살 수 있는 것은 몇년 후에나
가능하겠지만 어쨌든 가능성이 열린 것만은 틀림없다.

이런 "공격적인 신기술 전략"속에서 다른 제품의 매출도 되살아나고 있다.

상용 데이터네트워크 운용및 인터넷 접속기능을 가진 서버등 다른 컴퓨터
제품 매출이 늘어나면서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올 3.4분기 이익은 8,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120%나 늘어난 액수이다.

매출도 1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나 신장됐다.

그결과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주가도 지난 7월이후 거의 2배수준으로 뛰어
올랐다.

그러나 외부의 공격 또한 만만찮다.

선마이크로시스템 르네상스의 최대 적은 "PC".

인텔은 지난달 펜티엄에 이은 차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 펜티엄프로를 시판
개시했다.

이 칩을 장착하면 PC도 워크스테이션 못지않은 성능을 지니게 된다.

휴렛팩커드, IBM, 컴팩컴퓨터등 펜티엄프로를 채용키로 결정한 PC업체들은
이새 칩으로 무장하면 선마이크로시스템의 기존 워크스테이션 성능쯤은
손쉽게 따라잡을 수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미가트너 그룹의 시장조사담당 부사장 조지 웨스는 "인텔이 펜티엄프로를
앞세워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존립기반을 완전히 뒤흔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많은 사람들이 선마이크로시스템의 부흥기가 그렇게 쉽게 오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PC뿐아니라 라이벌기업이 대형컴퓨터 신제품을 속속 내놓으면서
선마이크로시스템을 다시한번 눌러버릴 수 도 있다.

듀폰의 컴퓨터 컨설턴트인 데이드 펜삭의 말처럼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
일지도 모른다.

숱한 야유속에서 와신상담으로 빚어낸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신무기가
대형컴퓨터의 격전장에서 얼마나 능력을 발휘할지 진짜볼거리도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