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산업이 불황이라구요 없어서 못팝니다"

대부분의 대구 섬유업체들이 장기적인 불황으로 부도가 속출하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호경기를 구가하며 풀가동 상태에
있는 업체들이 있다.

이들은 다품종소량 생산체제와 고급품생산, 수출 다변화,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고급인력의 중시 전략으로 업계의 불황을 무색케 하고 있어
섬유산업의 앞날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동남무역(대표 정신섭)이 생산하는 직물은 단가면에서 국내에서 최고
수준이다.

동업계가 덤핑수출에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이 회사는 덤핑
무풍지대다.

전량을 수출하는 이회사의 매출액은 지난해의 5천만달러에서 올해는
7천만달러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성장 비결은 남다른 기술개발투자와 신제품개발, 고급인력중심의
생산관리체제로 요약될 수 있다.

이회사가 투입하는 개발비는 월 1억원이상이다.

일반적인 섬유업체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액수다.

전무가 총괄하는 개발실에는 대졸이상의 관련 전공자 5명이 상근하고
있으며 생산해내는 신개발품은 월 30여종이 넘고 있다.

이중 70-80%는 직접 오더와 연결이 된다.

근로자의 학력은 타사의 수준을 앞도적으로 앞서고 있다.

대부분의 섬유업체에서 전문대졸 이상의 비율은 5%미만에 불과하지만
이회사는 대부분이 전문대졸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출지역도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세계이며 타사의 주력시장인 홍콩
의존율은 20%에 불과하다.

옥방화섬(대표 박종옥)은 기존업체가 생산하지 않는 산업용 원단을 특화해
불황을 모르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은 나일론 및 폴리에스테르 옥스포드지로 텐트와
스포츠가방, 골프백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제품은 전세계 거의 모든 지역으로 직수출되고 있는데 동일제품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Q마크를 획득할 정도로 품질이 뛰어난 것도 꾸준한
매출신장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회사는 제직공장으로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모든 생산시설을 자동화
했다.

직기는 컴퓨터에서 직접 통제하고 제직된 원단은 무인운반차량이 절단해
자동창고에 적재한다.

중국 현지에 봉제공장에서 만든 가방류는 일본으로 바로 수출하는 등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회사는 올해 매출은 지난해 보다 17%늘어난 4백억원을 넘어설 전망
이다.

삼아(대표 김태호)는 경쟁사보다 신제품을 먼저 출시하고 빠지는 전략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회사로 유명하다.

상품정보의 수집을 위해 서울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신제품개발을 위해
6명의 전공자로 구성된 개발실을 두고 있다.

현재 생산 중인 품목도 50여종을 넘고 있을 정도로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유지한다.

수출시장도 다변화되어 있는데 가장 주된 시장은 일본이다.

이회사의 김태호사장은 "고급품 위주의 일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용과 품질의 유지가 가장 중요하고 일본만 뚫을 수 있으면 세계 어느곳
에도 진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경빈이라는 패션업체를 설립해 직접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그 동향을 즉시 파악해 원단 생산에 적용하는 방안까지 모색하고 있다.

회사측은 올해 매출실적이 지난해보다 30%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영화직물(대표 정기열)은 다른 회사들이 모두 신형직기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형 북직기를 고수하는 이색적인 기업이다.

북직기는 특성상 다품종소량 생산에 최적인 이점을 살려 바이어로부터
직접 주문생산을 하고 있는데 소량 주문에도 경쟁력을 가질 수가 있다고
정사장은 말한다.

이회사가 생산하는 품목은 50 60가지를 넘고 있는데 30%는 호주로 수출
되고 나머지도 대부분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 판매한다.

소량생산에 따라 이 회사의 제품가격은 타사에 비해 20 30%는 높은
수준이며 매출이익률도 섬유업체의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10%선을 유지
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