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조직개편과 사무혁신은 자동차산업의 환경변화에 따른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외국차들이 밀려들어 오고 내수시장마저 침체에 접어든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체제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이 조직수술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현대 입장에서 보면 사실 지금까지는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당장 올해 내수시장이 마이너스성장으로 반전됐다.

앞으로 회복된다해도 연간 2-3%정도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게다가 삼성 쌍용등이 잇달아 승용차시장에 뛰어들 예정으로 있어 시장
점유율의 "현상유지"도 쉽지 않다.

국내업체와 비교하면 경쟁력이 있을지 몰라도 미국 일본등과 비교하면
생산성 품질등에서 열세인게 사실이다.

당장 종업원 1인당 생산성이 도요타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그런데도 인건비는 일본 못지 않은 수준으로 올라 있다.

현대자동차의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노무비는 11.0%로 일본업체들의
7.8%를 크게 웃돈다.

임금상승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가격경쟁력 유지도
힘든 형편이다.

"선진국 업체들은 수없는 변신을 해왔는데도 현대는 창상이후 지금까지
27년동안 변화다운 변화를 해본 적이 없다"(기획실 L이사)는 자아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니까 단기간내 경쟁력을 강화할 수있는 길은 비용절감과 업무효율의
제고 밖에 없다.

그 방안으로 팀제도입과 같은 조직개편을 단행키로 한것이다.

일종의 "허리띠 졸라매기"인 셈이다.

여기에는 생산부문의 개혁에 맞춰 관리 영업부문을 정비한다는 의미도
담겨져 있다.

현대는 이미 부품가지수를 줄이는 "모듈화"와 협력업체를 개발단계부터
참여시키는 "게스트 엔지니어링"으로 생산라인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었다.

어쨌든 현대의 변신시도는 자동차산업에 적지않은 여파를 미칠게 분명하다.

국내 자동차산업을 선도하는 업체가 생존을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릴
경우 쫓아가는 입장인 기아 대우등 다른 업체들로서도 어쩔수없이 "선택"을
할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때문에 앞으로는 기존업체들간에 생산능력을 둘러싼 "양적 경쟁"에서
이제는 "누가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냐"는 "자신"과의 싸움으로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