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은행은 최근 본점 건물 외벽을 새롭게 칠했다.

제대로 된 은행으로 다시 출발하겠다는 외적 표현이다.

물론 변화는 겉모습만이 아니다.

내부 변화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고 이제 결실을 맺고 있다.

23일 금융통화운영위원회(금통위)가 내린 "결론"은 그중 하나일뿐이다.

금통위는 이날 상업은행이 안고있던 "자구의무 은행"이란 족쇄를
풀어줬다.

이제부터 은행감독원이 은행경영에 아무런 제약을 가하지 않을테니
자율적으로 경영을 하라는 뜻이다.

상업은행은 그동안 자구은행이란 멍에때문에 점포를 내는데도 제약을
받는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올초엔 이익을 내고도 배당을 하기위해 이익금의 내부유보를 주장하는
감독당국과 치열한 실랑이를 벌여야만 했다.

해외에서의 신인도도 떨어져 외화자금 조달때 경쟁은행들보다 높은
금리를 줘야만 했다.

은감원은 금통위가 끝난 직후 "은행이 경영위기를 벗어나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는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상업은행의 경영정상화 선언인 셈이다.

상업은행이 자구은행으로 지정된 직접적인 원인은 지난 93년 6월
(주)한양의 부실화로 4천4백13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기때문.

은행측은 따라서 97년까지 5년동안 6천1백88억원의 수지를 개선하겠다는
경영개선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해왔다.

자구노력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1월 상업증권을 3천5백1억원에 매각하고 그동안 1천명이상의
직원을 줄였다.

금호동지점등 12개 지점을 출장소로 격하했고 홍콩사무소를 폐쇄하기도
했다.

골프회원권 서화 인천합숙소등 부동산과 동산 2백60억원어치를 팔았음은
물론이다.

이 결과 상업은행은 지난 3년동안 6천8백12억원의 수지를 개선했다.

97년까지 목표로한 6천1백88억원을 2년 앞당겨 달성한 것이다.

부실여신 비율도 93년말 4.6%에서 0.8%로 대폭 떨어졌다.

6대시중은행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은행장 취임초부터 자구노력을 총지휘한 정지태행장은 "한양이 문제가
됐을때 많은 직원들이 은행이 문닫는 줄 알았다"며 "위기의식을 갖고
보너스까지 반납하며 혼연일체가 되어 뛰어준 직원들의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