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이후 공식적인 외부행사참석을 자제해
오던 김영삼대통령이 오랜만에 산업현장을 찾았다.

김대통령은 23일오후 경기도 부천시소재 중소업체인 대윤전자와 대흥
기계공업을 차례로 방문,생산현장을 둘러보고 근로자들을 격려했다.

지난달 14일 잠실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관람한지
40일만에,비자금사건이 터진지 35일만에 처음으로 외부행사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김대통령은 이자리에서 근로자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했으며 행사
에 참석한 부천지역 중소기업인 10여명으로부터 중소기업의 경영상황과
자금난,인력난등에 관해 격의없는 의견을 나눴다.

김대통령의 이날 방문은 비자금정국으로 어수선한 사회분위기 속에서도
국정운영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
된다.

지난 21일 이홍구국무총리로부터 국정현안에 대해 보고를 받고 홍재형부
총리겸경제기획원장관,이양호국방장관,최인기농림수산부장관,조순서울시
장,박일룡경찰청장등에게 전화를 걸어 민생안정에 역점을 두라고 특별히
당부한 것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직접 국정을 챙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하기 위한 것이다.

사실 그동안 비자금사건의 여파로 민간소비심리와 기업의 투자마인드가
크게 위축되는등 경제에 대한 주름살은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제계와 정치권이 모두 비자금사건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국정운영에
있어 경제와 민생은 실종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대통령의 이번 중소기업방문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