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일 이틀간 열린 오사카 아태경제협력체(APEC) 각료회의는 APEC라는
기구의 "발전가능성"과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자리였다.

우선 16일 저녁늦게 최종합의에 이른 "행동지침"만 봐도 그렇다.

행동지침이란 지난해 APEC 18개국 정상간에 합의한 "보고르선언"의 세부
이행기준.

당초 이 행동지침은 회원국간 이질성이 두드러지는 APEC의 성격상 쉽게
타결되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9번의 공식.비공식 고위관리회의(SOM)와 각료회의 끝에 극적인
타결을 봤다.

물론 "타결"자체는 하나의 성과다.

또 회원국의 무역.투자자유화 의지를 재삼 확인케하는 잣대라고 볼수도
있다.

그러나 "타결"이란 성과 못지않게 수많은 문제점을 노정시켰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행동지침의 "애매모호성"이다.

회원국간 가장 많은 이견을 보였던 행동지침 일반원칙 9개항의 경우 대다수
항의 마지막 구가 "...을 노력한다"로 끝난다.

이는 나쁘게 해석하면 노력만 하면 될뿐 이행은 하지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4항 무차별성의 경우 "각국은 역내에서 서로 무차별대우를
적용키로 노력한다"라고만 돼있다.

따라서 각국의 사정에 따라 이현령비현령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다.

이같은 문구는 중국에 대한 최혜국(MFN)대우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한치의 양보없이 티격태격한 결과의 산물이다.

그와 동시에 이번 회의을 파국으로 끝낼수 없는 주최측 일본이 타협에만
급급, 이같은 문제를 간과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언론들 사이에서도 "일본정부가 파국을 막기위해 미봉책으로 일관
했다"는 논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결국 APEC은 내년이후 행동지침의 해석문제를 둘러싸고 또한차례의 난상
토론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이 확보한 "신축성의 원칙"도 한국은 "민간분야(농업)에 대한 특별
배려"로 해석하는 반면 미국 호주등은 "자유화속도의 유연성"으로 이해하고
있어 각기 자아인수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자유화계획을 제출토록 돼있는 내년 마닐라회의와 그 계획을 실천에
옮겨야 하는 97년1월을 전후해 각국의 의견은 또한번 첨예한 대립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APEC이 "또다른 교섭의 장", "동상이몽의 협력체"로 불리지 않으려면 또
한차례 높은 산을 넘어야할 것같다.

< 오사카=김정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