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정부업무가 14일 0시(한국시간 14일 오후2시)를 기해 일시중단
됐다.

2백10만여명의 연방공무원중 국가의 기본기능을 담당하는 주요부처일부
공무원을 제외한 80만명이상의 연방공무원이 일시해고됐다.

미국은 또 사상 처음으로 채무불이행사태에 직면, 국제금융시장및 세계
경제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96회계연도 예산안및 연방차입한도(연방부채한도) 상향조정안을 놓고
클린턴대통령과 공화당주도하의 의회가 의견차이를 끝내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새회계연도가 개시되기 전까지 예산안을 확정치 못한 클린턴
대통령과 의회는 이달 13일까지 잠정예산집행에 합의함으로써 한차례 위기를
넘겼었다.

그러나 잠정예산안이 유효한 이날까지 새회계연도 예산안을 확정치
못한데다 그에따른 연방정부업무중단 위험을 비켜가기 위해 잠정예산안의
유효기간을 12월1일까지 연장한다는 안을 놓고도 타협점을 찾지 못해 최악의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미 연방정부의 업무중단사태는 물론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1년이후새회계연도 예산이 제때 처리되지 못한 경우가 9차례나
있었으며 그중 4차례는 업무중단사태로 이어졌다.

지난 90년에는 콜럼버스기념일(10월1일)이 낀 주말에 연방정부업무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의 연방정부업무중단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짙다.

예산안에 대한 클린턴대통령과 의회의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연방예산지출을 9천억달러 감축하고 세금을 2천4백50억달러 축소
해 오는 2002년까지 예산균형을 이룬다는 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공화당은 특히 노년층및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비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현행 월 46.1달러인 의료보험료를 내년부터 월 11달러 인상하고 그 이후에는
의료지출추이에 따라 단계적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클린턴대통령은 그러나 공화당의 균형예산안이 노년층및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혜택을 지나치게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거부했다.

클린턴대통령을 이날 "연방정부업무를 지속하기 위해 이들의 복지를
도외시 할 수 없다"며 "균형예산을 달성하기 위해 의료보험료의 대폭적인
인상은 필요없다"고 공화당안에 대한 거부이유를 밝혔다.

공화당과는 달리 앞으로 10년내에 균형예산을 달성한다는 안을 갖고 있는
클린턴대통령은 이미 지난 9일 연방정부 업무중단에 따른 법률상의 각종
조치들에 대한 검토를 끝냈었다.

클린턴대통령은 또 이날 다음달 12일까지 유효한 공화당의 연방차입한도
상향조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발동했다.

공화당은 미국의 채무불이행사태를 막기 위해 연방차입한도를 잠정적으로
6백70억달러 상향조정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현재 미연방차입한도는 4조9천억달러 인데 이를 거의 소진한 상태이다.

재무부가 기존에 발행한 국채의 원리금을 상환하기 위해 새로인 돈을 끌어
쓸수 없다는 뜻이다.

재무부는 당장 15일 2백45억달러의 국채이자를 상환해야 하는데 신규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마련을 위해서는 13일까지 차입한도를 높이는데 합의했어야
했다.

클린턴대통령은 이 안에 대해서도 "공화당이 자당의 균형예산안을 밀어
부치기 위해 정치적 테러를 감행하고 있다"며 연방차입한도를 조건없이
5조5천억달러로 상향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공화당이 거부의사를 분명히한 예산안우선처리를 요구하고 있는데다
상무부폐지는 물론 각종 정부규제완화등 수용할수 없는 조건이 붙여진
연방차입한도 잠정상향조정안은 받아들이수 없다는 것이다.

이 안은 특히 시한이 만료되는 다음달 13일부터 차입상한을 현행보다
1천억달러 줄인 4조8천억달러선으로 낮출 것을 명기하고 있는데다 재무장관
의 연방신탁기금 활용권한제한등 독소조항도 담고 있다고 클린턴대통령은
지적하고 있다.

클린턴행정부는 물론 당장 채무불이행사태에 빠지지는 않는다.

재무장관은 5천억달러규모의 사회안전기금, 3천7백40억달러규모의 연방
퇴직기금등을 전용해급한 불을 끌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

재무부가 이 기금에 대해 발행하고 있는 이자부증권을 금리가 0%인 차용
문서로 교체, 차입잔고를 형식상 줄이고 여기서 발생하는 여유분 만큼 신규
국채를 발행, 이자지불비용을 염출해 낸다는 것이다.

연금지불재원을 무이자로 차용하는데 따른 문제점이 지적돼 소송이 제기
되기는 했지만 지난 85년에도 이같은 방식이 적용됐었다.

재무부는 이날 채무불이행사태를 막기 위해 신탁기금전용을 내용으로 하는
긴급조치를 발표했다.

이에따라 30년만기 재무성증권의 평균이자율이 지난주말 6.33%에서 이날
정오 6.28%로 떨어지는등 안정세를 되찾았으며 달러가치도 달러당
1백1.70엔, 1.4190마르크로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연방차입한도 문제를 놓고 행정부와 의회가 줄다리기를 계속할 경우
장기적으로 미국은 물론 국제경제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전문가들
은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금리가 0.01% 인상될 경우 연간 5억달러가량의 비용부담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 채권금리 상승은 또 국제금리상승을 유도, 점차 회생기미를 보이고
있는 세계경제에도 타격을 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