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기업들의
관심사는 이제 기업인에 대한 처리문제에서 향후 정국전개 방향쪽으로
옮겨가는 분위기.

S그룹의 한 관계자는 대선자금 공개문제를 둘러싼 여야간 공방에 대해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두대의 열차같다"며 이 소용돌이에 또다시 기업들이
희생양이 되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

D그룹의 고위 임원도 "기업인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는 사태는 혁명기
에나 있을 수 있는 상황아니냐"고 반문하며 조만간 정치적 태풍이 몰아칠
것이라고 예상.

이에따라 일부 그룹들은 휴일임에도 기획실이나 비서실 직원들이 출근해
이번 사태에 대해 수집된 정보를 정리하는 등 안테나를 곤두세우는 모습.

<>.기업들은 총수들에 대한 1차 소환조사가 끝나고 나면 조만간 2차조사나
실무자에 대한 소환조사가 있을 것으로 전망.

이와관련 D그룹관계자는 "총수를 재차소환하거나 실무자를 소환한다면
사법처리의 신호가 아니겠느냐"며 어느 기업이 소환될지에 관심을 표명.

그는 그러나 "아직까지는 재소환을 당한 기업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기업인에 대한 사법처리 없이 이번 일이 마무리될 가능성에 일말의 기대를
걸기도.

<>.김회장이 검찰에 출두한 12일 대우그룹은 회장 비서실의 일부 직원만
출근한 채 여느때 휴일과 다름없는 풍경.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이제 회장께서 돌아오셨으니 조만간 결말이 나지
않겠느냐"며 홀가분하다는 반응.

그는 또 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자금을 실명전환해
준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항간에 돌고 있는 야당
정치인에 대한 김회장의 정치자금 제공설을 마음에 걸려하는 모습.

<>.11일 소환된 기업인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최종현선경그룹회장은 12일
오전5시30분께 19시간의 조사를 마치고 귀가.

최회장이 이처럼 장시가 조사를 받은데 대해 그룹관계자들이 "뭔가 있어서
가 아니라 전경련회장을 맡고 있는 재계총수여서 조사시간이 길어진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

최회장은 "노씨의 비자금을 은닉했다는게 사실인가" "조사시간이 길어진
이유가 무엇이냐" 등의 질문에는 출두때와 마찬가지로 일체 답변을 회피.

한편 박성용금호그룹회장은 11일 오후 11시30분께 검찰청을 빠져나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조사를 종결.

<>.신격호회장이 귀국해 검찰에 출두한 12일 롯데그룹은 휴일임에도 불구
하고 주요 임원들이 모두 출근해 비상대기.

그룹관계자들은 특히 그동안 제2롯데월드 건설과 관련된 특혜시비가 돌았던
점을 들어 신회장에 대한 검찰조사가 다소 길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

롯데그룹은 그러나 "신회장이 검찰 출두가 늦어진 것은 뭔가 캥기는게
있기 때문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6공에서 특별히 특혜를 받은게 없고
따라서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는 않았다고 강조.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