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향해 빼든 검찰의 "수사 메스"가 겨냥하는 과녁은 과연 무엇인가.

기업 총수들에 대한 집중 수사는 언제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

노태우전대통령의 부정축재와 관련, 8일 검찰이 삼성 LG 동아 대림 등 6개
대기업그룹 총수들을 소환 수사한데 이어 9일에도 현대 효성 고합 코오롱
등 6개그룹 총수가 출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에서 증폭되고 있는
의문들이다.

특히 검찰이 이날 "소환대상 기업인명단 전날 공개"라는 관례를 깨고
대림그룹과 동방유량그룹 총수를 소환한 사실을 사후에야 공개하자 "뭔가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재계는 이준용대림그룹 회장의 계좌에서 노전대통령 비자금 계좌로 거액이
유출된 혐의를 잡았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림은 그동안 별다른 루머에 오르지 않았던 "의외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설이 사실이라면 검찰의 내사가 상당히 깊숙이 진행돼 왔고, 그에
따라 처벌대상 기업이 당초 예상보다 많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대목은 이른바 "친.인척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의 추이다.

이날 노전대통령과 사돈인 신명수동방유량그룹 회장역시 사전 공개없는
검찰 소환대상에 포함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동방그룹은 그동안 노전대통령 자금으로 부동산을 매입.관리해 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재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러나 여전히 "긴장속 대세낙관"쪽에 있는 것
같다.

검찰수사의 템포가 빠르면 빠를 수록 단순 성금 전달정도로 "혐의가
가벼운" 기업들에 대해서는 수사가 조기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
에서다.

모그룹이 작성한 내부 자료에는 "기업인에 대한 조사는 이르면 금주중
완료하되 처벌은 않는다. 노전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는 불가피할 것"으로
돼 있다.

또다른 그룹이 작성한 자료에는 검찰의 기업총수 집중 소환과 관련, 정부
고위층이 "기업인을 너무 심하게 다루면 경제에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측근들의 진언에 대해 "참고인 조사 정도에 무슨 타격이냐. 나도 조사받을게
있다면 받겠다"고 역정을 냈더라는 대목이 들어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재계는 검찰의 이번 기업인 소환 수사가 어디까지나
"참고인" 자격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곧장 처벌로 이어질 케이스는 많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재계가 이런 낙관적 관측에는 또다른 논거가 있다.

이번 기업 총수들에 대한 집중 수사는 노전대통령에 대한 우회 포위작전의
한 전술일 것이라는 추론이다.

노전대통령이 지난주 검찰의 소환수사때 보인 "비협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는 그의 "자금원"이었던 기업인들에 대한 전면 확인수사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기업 총수들을 총동원하다시피 해가며 "수선"을 떠는 자체가 노전대통령을
외곽때리기식으로 압박하는데 가장 유용한 방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검찰수사 과정에서 외유를 계속하거나 국내에 있으면서도 출두를
기피하는 등의 "비협조"적인 기업인이 늘면 늘수록 의외로 수사가 장기화
되고 그에따른 여진이 커질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다.

어쨌든 분명한 건 연말 국내외 대소사를 치러야 할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일정한 한계선"을 그은채 진행되고 있을 것이란 점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의 대미를 장식할 김영삼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이
이르면 오는 17일 일본 오사카 APEC(아.태경제협력체)지도자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직전에, 늦어도 20일 귀국직후에는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유력
하게 제기되고 있다.

요컨대 기업인 수사는 이번 주말이나 내주초에는 일단락될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다.

< 이학영기자 >

<>.김석원 전회장이 9일 소환될 것으로 알려지자 쌍용그룹은 김전회장이
현직 민자당 대구 달성구 지구당위원장이란 점에서 "별 일이야 있겠느냐"며
무덤덤한 반응.

이 그룹 관계자는 특히 "쌍용의 경우 6공시절 골프장 허가 하나 따낸게
없다"며 "특별한 혜택이 없었던 만큼 의례적인 소환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

비서실 관계자는 "김전회장이 8일 성곡미술관 개관식 참석을 위해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있는 만큼 검찰소환에는 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

< 차병석기자 >

<>.두산그룹관계자는 "주류업종이 주류인 이 그룹이 무슨 그리 큰 특혜를
받았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박회장은 단순한 참고인 자격으로 출두한다고
장담.

이 관계자는 8일 오후2시께 회장실에 검찰의 소환 통보가 전달됐다며 별로
걱정할 것이 없다고 덧붙여 검찰조사에 대비한 충분한 "도상훈련"이 있었음
을 암시.

두산측은 9일 박회장이 비서실장인 김용섭이사만을 동행해 검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심상민기자 >

<>.효성 코오롱 고합등 섬유트리오그룹 관계자들은 함께 소환되는 그룹이
같은 업종이라는 사실을 들며 "순서에 입각한 소환일 것"이라며 담담해하는
분위기.

특히 이들 섬유그룹들은 노전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신규사업진출이나
기업인수등 "오해"를 받을 만한 일이 별로 없었다며 비교적 자신만만해 하는
분위기.

코오롱 관계자는 "상위그룹 소환이후에는 어차피 줄줄이 가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잘 됐다는 표정.

이 관계자는 6공내내 섬유그룹들은 답보상태를 못벗어났다며 "이권개입
혐의"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자신.

이동찬회장은 소환사실이 통보된 이후 이웅렬부회장등 그룹 임원들과
구수회의를 갖는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만 말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검찰
소환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 관계자도 소환에 대비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6공과의 "연결고리"는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

조석래회장은 당초 미일리노이공과대학에서 주는 올해의 동문상을 수상하기
위해 9일 출국예정이었다가 갑자기 통보를 받게 돼 출국 일정을 연기.

이날 오전까지 "고합은 아마 맨 나중일 것"이라고 말해왔던 고합그룹의 한
관계자도 섬유관련 3개그룹이 함께 소환되면서 고합도 같이 불려가는
것이라며 "오히려 다행"이라는 반응.

< 권영설기자 >

<>.박건배해태회장은 검찰의 소환방침이 통보된 8일 오후 외부에서 급히
사무실로 돌아와 대책을 마련하는등 부산한 움직임.

해태그룹의 한 관계자는 "지난 93년께 값싼 자금을 사용하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았던 적은 있으나 그 돈을 쓰지 않았다"며 "노전대통령 비자금
실명화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강조.

< 김재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