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7일중으로 총수를 소환하겠다는 소식에 접한 한일 동부 진로등 3개
그룹은 그동안 노태우전대통령비자금사건과 관련, 시중의 "루머"에도 전혀
오르지 않았던 때문인지 한마디로 "어리둥절"한 표정.

이들은 검찰이 "수사의 편의상 무작위로 소환하는 것일뿐 제공된 자금의
다과나 뇌물성 관련여부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말한 점등을 들어 이번 검찰
소환은 떡값을 준 기업들을 대상으로한 "통과의례"가 될 것이라고 보고
사법처리와는 거리가 멀 것으로 전망.

그러나 해당그룹들은 관련 임원들을 급히 소집해 소환이유를 분석하고
그에따른 답변내용을 점검하는등 비상체제에 돌입,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

[[[ 한일그룹 ]]]

<>.검찰의 김중원한일그룹회장 소환방침이 전해진 6일밤 서울 용산구
국제빌딩에는 퇴근했던 비서실.홍보실직원들이 다시 사무실에 나와 경영진
에게 비상연락을 취하고 언론의 문의전화에 응대하느라 부산한 모습들.

비서실 관계자는 "검찰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전혀 관련 사실을
몰랐다"며 특히 지난달 중순 김영삼대통령의 캐나다및 UN순방 때 수행했던
김회장이 노전대통령부정축재 사건이 돌출된 이후에도 특별지시 없이 미국에
머물고 있어 이번 사건과는 전혀 무관한 줄 았았다고 전언.

한일은 일단 검찰로부터 소환하라는 출두요청이 있은 만큼 7일 소환에는
김정재부회장이 그룹을 대표해 대신 검찰청에 나가기로 했다.

김회장은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며 한일그룹이 추진중인 개인사설
무선통신시스템(P2CN)관련 미국 현지법인설립을 협의중이며 주말께 귀국할
예정.

한일그룹 관계자는 "이번 소환이 의례적인 "떡값"을 준 사실을 확인하는
수준이 아니겠느냐"며 김회장의 소환은 검찰측 발표대로 기업인들을 차례로
소환하는 과정중 첫 순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한일그룹이 그동안 업계에서 "5.6공 최대 수혜
기업"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일은 5공 시절 국제그룹해체당시 국제상사 원효개발 남주개발 신남개발
연합물산등을 인수한 이후 재계의 "입방아"에 시달려 왔다.

노전대통령 재임시기에도 양정모 전국제그룹회장등과 국제상사주 반환소송
을 벌이는 과정에서 번번이 승소해 "권력의 비호를 받는 것"아니냐는 소리도
들어왔다.

이런 시각에 대해 한일관계자는 "국제그룹 관련 건은 법정에서 정식재판
절차를 밟아왔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 권영설기자 >

[[[ 동부그룹 ]]]

<>.김준기회장이 검찰소환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날 밤 동부
그룹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김회장이 노전대통령 비자금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

더구나 동부의 경우 그동안 비자금 연루설에 거의 거명되지 않았던 그룹
이란 점에서 대부분의 직원들은 어리둥절해 하는 분위기.

동부그룹관계자는 "아직 검찰의 소환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다"며
"검찰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그룹의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비상연락망을 통해 관련 임원회의를 소집하는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

이 관계자는 "특별한 혐의가 있어라기 보다는 검찰조사과정에서 노태우
전대통령에게 의례적 정치자금을 전달해준 기업중 확인된 그룹을 먼저 소환
하다보니 동부가 1차조사대상에 포함된 것같다"고 분석.

다시말해서 무작위추출에서 동부가 1차 조사대사으로 뽑힌 것같다는 얘기.

또 다른 관계자는 "6공시절 동부생명의 신설과 동부투자금융의 증권사
전환이 이루어지긴 했으나 당시 생보사신설가 투자금융의 증권사전환은
정부정책에 따라 4~5개사가 동시에 설립됐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부연.

동부그룹은 그러면서도 자동차보험의 국회노동위 돈봉투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는 때문인지 적지않이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특히 최근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던 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받지
않을까 우려.

< 이희주기자 >

[[[ 진로그룹 ]]]

<>.장진호진로그룹회장이 검찰에 소환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진 6일 저녁
서울 서초동 진로그룹 사옥에서는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소식을 미쳐 못들은
탓인지 정상적으로 퇴근.

그러나 장회장이 7일 검찰에 소환될 것이 확실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김영진 홍보담당이사 등 임직원들은 모처로 급히 대책회의를 하러 가는 등
분주해지는 모습.

반면 장진호회장과 일부 임직원들은 지난주 극비리에 대책모임을 가진
것으 로 알려져 사전에 소환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진로그룹의 경우 검찰이 혐의를 두는 것은 지난해 진로그룹이 미국
쿠어스맥주와 합작으로 맥주사업에 진출하며 노태우씨에게 모종의 반대급부
를 제공했다는 부분으로 직원들은 분석.

동양 조선 두 회사가 양분해왔던 맥주시장에 공급과잉 우려에도 불구하고
진로가 맥주사업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반대급부 덕분이라는 해석.

진로그룹은 이외에도 계열사인 진로건설이 일부 국책사업에서 특혜를 받아
왔다는 소문도 끈질기게 나돌았다.

소환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에서는 진로그룹의 이같은 인연이 이어져 노씨
퇴임후에도 비자금을 실명전환하는데 관여를 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