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96년 경제전망"에 나타난 특징은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투자 민간소비등 3가지 주요 경제지표가 모두 "7%대"에 수렴된다는
점이다.

주요 지표의 "7%대 수렴"이 갖는 의미는 여러가지다.

한은은 우선 "균형있는 성장"(이강남 한은조사1부장)으로 해석한다.

설비투자와 수출이외에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도 성장에 한몫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성장률이 올해(9.3%)보다는 둔화되지만 그래도 잠재성장율(7%선)을 웃돌며
연착륙(소프트랜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바람직한 성장으로 볼수 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는 예년수준인 반면 수출과 설비투자증가세가 너무
급격히 꺽이는 점에서다.

같은 7%대라도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는 8%대에서 7%대로 가는 것이지만
설비투자는 17%에서 7%로 줄어들어 "체감경기"는 더욱 위축될 것이란
점이다.

수출증가율도 33%에서 16%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경쟁력이 취약한 경공업부문의 중소기업의 경영은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이같은 소비와 건설투자중심의 "일그러진"성장은 물가불안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많다.

내년은 가뜩이나 총선을 끼고 있다.

또 올해 출범한 지방정부가 재정확충을 위해 공공요금 현실화등을 요구하는
등 인플레이션기대심리가 어느때보다도 높다.

정부의 재정지출증가율(15%)이 경제성장률을 두배가량 웃도는 것도 물가
압박요인이다.

한은은 실제 내년 소비자물가상승율을 올해(4.6%)보다 높은 4.8%로 잡아
놓고 있다.

성장이 둔화되는 과정에서 물가오름세가 심화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까지
도 우려하고 있다.

과소비는 경상수지에도 영향을 준다.

한은은 내년 경상수지적자폭을 올해(85억달러)보다 줄어든 64억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무역수지적자는 30억달러에 불과하고 무역외수지와 이전수지가
절반을 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여행자의 급격한 확대를 의식한 대목이다.

따라서 한은은 "내년엔 물가안정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고 강조한다.

스스로 총통화(M2)증가율을 올해보다 낮은 11-15%선으로 낮추는등 내핍
생활을 검토하면서 정부측에 "절도있는 재정지출"을 요구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