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수사가 재계 전반으로 확대될 양상을
보이고 있어 수사대상 기업과 사법처리 수위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우선 조사대상 기업의 범위와 관련,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을 제공한
기업은 모두 조사한다는 내부방침을 세워 놓고 있다.

검찰 관계자가 "항간의소문대로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에는 국내 30~50대
대기업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모두 연루돼 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비자금에 관련된 모든 기업들이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고 밝힌
것은 이 대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도 "현재까지 50여개 그룹이 비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들 그룹 총수나 최고경영진을 일단 전원 조사한다는 방침"
이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율곡사업, 영종도 신공항사업, 경부고속철도사업등의 특혜연루
기업과 친인척 비리와 관련된 기업들은 물론 특혜의혹 사업과는 무관하다
하더하도 떡값및 보험금(정치자금)성격의 자금을 공여한 기업도 모두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는 자금의 성격에 따라 편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관계자는 이와 관련, "관련 기업을 모두 불러 조사하겠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돈을 줬다는 사실보다는 돈의 성격이 무엇인가에 있다"고
말했다.

또 정치권에서도 경제에 끼지는 영향등을 고려, 기업인에 대한 처벌은
선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가 강력히 대두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형법상의 뇌물공여죄(법정형 징역 5년이하,벌금 1백만원이하)적용은
자금제공의 반대급부로 이권이나 특혜를 입은 기업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에도 제공된 자금의 규모및 이권의 크기에 따라 불구속과 약식기소
로사법처리 강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반면 단순히 인사치레성의 떡값이나 보험금성의 "통치자금"만 제공한 경우
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법정형 징역 3년이하,벌금 5백만원이하)적용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자금이 선거기간중에 제공됐다면 정치자금법의 특별법인 선거법이
우선 적용되게 되며 이는 공소시효가 6개월에 불과해 이의 적용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또 자금이 선거기간외에 제공돼 정치자금법을 고려한다해도 지금까지 이
법이 적용된 사례가 없는데다 공소시효도 3년이라는 점등 감안할때 선처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