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이 "통치자금중 1천7백억원이 남아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
하고 스위스은행 비밀계좌에 자금이 예치돼있을지 모른다는 의문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미 국내금융기관에서 드러난 자금만해도 상당한데다 노소영씨가 1만달러
이상의 불법현금거래를 한 사실이 미국검찰에 의해 적발됐을 때에도 스위스
은행 관련설이 나돌았었기 때문이다.

노전대통령 비자금과 관련, 주한 스위스대사관측은 일단 "한국검찰의 요청
이 있으면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혀 놓고 있다.

국제법사위원회를 통해 요청이 들어오면 스위스정부가 협조할수 있으며
"불법적으로 획득한 행위자체가 스위스법에도 불법이 확인된 다음에 고소
국가에서 상호보완적으로 법률적용이 가능하다면 자금을 반환할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금주비밀보호를 철칙으로 삼고있는 스위스은행들에서 노전대통령
의 비밀계좌존재여부와 자금규모가 드러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크레딧스위스은행 서울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스위스내에서 불법자금 예치
와 관련해 한해에 2천5백건정도가 재판에 계류돼 있다"며 "구체적인 계좌명
과 계좌번호등이 없이는 사실여부를 확인해줄수 없다는게 스위스은행들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필리핀의 경우 10년간에 걸친 요청끝에 올8월 마르코스 전대통령이
스위스은행 비밀계좌에 예치한 3천7백억원가량을 되돌려받은 전례가 있다.

마르코스 실각후 필리핀 정부는 "좋은 정부를 위한 대통령위원회"를 만들어
세계곳곳에 빼돌려진 국민재산환수작업을 시작, 86년에 스위스정부에 자금
반환을 요청했으며 10년만인 지난 8월 필리핀은행예금계좌로 자금을 돌려
받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팔레비 전이란국왕 차우세스크 전루마니아대통령등의 경우처럼
스위스은행 비자금예치설이 강하게 나돌았으나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해 소문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