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객장에는 시세판을 바라보며 기민하게 주가의흐름을 읽어내는
주식투자자들이 있다.

나름대로의 시장관과 투자기법을 바탕으로 주식시장을 지켜가는 객장의
스타들이다.

때론 희망에 부풀어 주식을 사보지만 장세가 꺽이면 모진운수를 탓하며
쳐지는 어깨를 추스리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객장에는 갖가지 군상들이 모여 모자이크를 이룬다.

70, 80년대 부동산값의 급등으로 단숨에 떼돈을 벌어 수백억원씩 주식에
투자하는 큰손들이 있는가 하면 몇백만원의 은행융자를 받아 떨리는
가슴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월급쟁이들도 있다.

자신이 직접 발굴한 종목에 소신껏 투자하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주위의
말과 루머에 편승해 떼돈을 벌어보려는 순진한 부류도 쉽게 발견할 수있다.

잃은 사람들은 소리없이 무대를 떠나고 큰돈을 번사람들의 얘기는 한없이
부풀려져 멤도는게 또 주식시장이다.

한때 증권사에 근무했던 J씨는 지난 75년 부인을 시골로 내려보내고 집을
판돈 1천만원으로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해 지금은 수십억원의 부호가 됐다.

모대학 교수는 40억~50억원대의 주식을 운용하며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학생 가르치는 것을 천직으로 생각하고있다.

주식투자로 돈을 번 사람들은 돈에 대한 감각이 탁월하고 성격이 냉정한
것이 특징이다.

우연인지 돈에 눈이 달려 그 사람을 좆아다니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않는
때도 많다.

그러나 투자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돈을 벌만한 이유가 있고 그만한
노력이 뒤따른다.

한때 만호제강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회사를 인수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퍼질 정도로 유명세를 탔던 정재섭씨(39)가 대표적인 사례.

공인회계사인 정씨는 2, 3년내 두 세배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둘수 있는
종목을 발굴하는데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다.

84년 태광산업이 감사보고서상 한정의견을 받을때 이 회사주식을 2백원
(당시 액면가는 5백원)에 산게 첫 주식투자였다.

일년도 안돼 주가는 4백원으로 오르고 다시 얼마되지 않아 6천6백원까지
치솟았다.

액면이 5백원일때 현대자동차 주식을 7백원에 대량으로 사들여 5개월새
다섯배의 시세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4백만원으로 시작한 주식투자자금이 1억5천만원으로 불어났다.

91년 저PER주 바람이 불기 직전엔 대한화섬 신영와코루 남영나이론등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 한달새 원금이 두배이상 불어났다.

이렇게 번 돈으로 지난 93년 만호제강주식 3만여주를 매수했다.

당시 매입가격은 2만6천8백원.

만호제강의 감사보고서를 일일히 훑어보고 보유부동산을 직접 둘러보고 난
후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한다.

당시는 부산 지하철 2호선공사가 한창 벌어지는등 부산시 전체가 개발붐이
일고있을 때인지라 만호제강의 자산가치가 조만간 제대로 평가될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자신의 투자비결은 워렌버페가 강조하듯 자산가치및 성장성을 중시하는
정석투자라고 강조한다.

물론 정씨도 부도나기 직전의 동성반도체주식에 손댔다가 낭패를 본적도
있다.

주식투자로 부자가된 정씨는 최근에는 객장에 거의 나가지 않고 자신의
사무실에서 본업(회계감사)에 충실한 하루를 보내고있다.

그런가 하면 뚜렷한 직업없이 객장에 상주하며 주식시장을 지키는 사람들도
있다.

제대후 첫직장이 객장이었던 이수현씨(54).77년 5백만원으로 주식에 투자한
이후 19년째 객장의 터주대감 노릇을 하고있다.

대우중공업 부산파이프 현대자동차에 투자했을때 가장 짜릿한 맛을
느꼈다는 이씨는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20년가까이 이 험한
주식시장에서 버텼다는 데 긍지를 느낀다고 말한다.

요즘도 오전 7시30분이면 대우증권 본점영업점에 출근하는 이씨는 종목을
발굴하기 위해 매일 3시간씩 각종 주식관련자료를 읽는데 투자하고 있다.

그는 주식시장이 약세로 돌아선 지난 91년 투자자금을 빼내 부동산에 투자,
10억원대의 재산를 소유하게 됐다며 진짜 투자자는 쉴줄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 이익원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