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노동권보호와 경영의 고유권한 사이에 균형점은 어디일까.

요즘 유럽연합(EU)에서는 공장폐쇄, 생산거점이전, 매수.합병(M&A)등 경영
정보를 사원들에게 사전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근로자들의 입장에서도 일자리의 존폐가 달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할수 있도록 알려줘야 한다는 취지이다.

EU는 지금도 이같은 조치를 일부 시행하고 있다.

전체 종업원 1천명 이상이면서 EU역내 2개국이상에서 각 1백50명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대기업에 한해 "노사협의회"를 설치, 인원삭감과 공장및
사무실의 폐쇄등 주요 경영정보를 종업원들에게 사전 통지토록 하고 있다.

노사협의회는 회사측의 일방적인 해고를 방지하는등 근로권 보호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94년 9월 채택된 이 법안은 마스트리히트조약 공통사회정책 조항에
서명하지 않은 영국을 제외하고 모든 EU회원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문제는 경영정보 공개의무를 기존 대기업뿐 아니라 종업원 50명이상인
EU역내 모든기업으로 확대한다는 점이다.

현재 유럽의회의 사회문제고용 위원회에서 올해안에 시행방안을 마련한다는
목표아래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중이다.

각종 EU법안의 승인권을 쥐고 있는 유럽 각료이사회도 이미 이같은 방침에
찬성하고 있어 일단 법안이 마련되면 시행까지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논란도 있다.

우선 "종업원 50명이상"이라는 대상기준에 대해서 유럽위원회안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1백명이상"으로 완화하자는 주장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기준에 대해서는 EU회원국간 의견조정을 거쳐야 할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매수.합병(M&A)정보가 사전에 누설돼 기업의
리스트럭처링등 경영개선 노력에 큰 장애가 될 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EU는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법을 강행할 태세다.

경영정보 공개 의무가 확대되면 세계화전략 아래 유럽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삼성, 대우등 한국기업들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혼다의 경우 이 법의 적용권 밖인 영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진해서 "노사협의회"를 설치하는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M&A나 공장폐쇄및 이전등을 "경영의 고유권한"으로 믿어왔던
대부분의 기업들은 선뜻 대응책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 브뤼셀=김영규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