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제도 도입 10년째를 맞고있는 벤처캐피탈(창업투자사)업계가
지각변동을 겪고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녹색창업투자회사의 도입이 이를 부채질하고있고
더욱이 그동안 진입제한을 받아왔던 10그룹이 신규참여할 경우 업계재편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창업투자회사등록및 업무운용준칙"을 개정, 10대그룹의 창투사
참여를 허용할 방침이다.

이번에 도입되는 녹색창투사는 창투사의 본래설립 목적대로 주식인수등을
통해 벤처기업 지원실적이 높고 투자재원과 자본금 규모가 큰 회사로 1차로
15개 업체가 선정될 예정이다.

이들 업체들은 창업지원기금을 우선적으로 지원받으며 병역지정업체 추천,
외국인 연수생배정등에서 특혜를 받게된다.

이에따라 녹색창투사로 지정받은 창투사와 대기업이 설립하는
대형창투사들은 정부의 정책지원아래 활발하게 창업투자 업무를 펼칠수있을
전망이다.

반면 중소규모의 창투사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부딪혀 업계가
양극화될것으로 보인다.

"창투사의 초기도입단계에서 규제일변도로 정책을 실행해온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창투사들의 영업을 활성화시키고
인센티브시스템을 도입, 우수한 창투사들에 혜택을 줄 계획입니다"

통산부관계자는 이달말 업무운용준칙 개정시 15개 녹색창투사를 선정하고
10대기업의 참여도 허용할계획이라고 밝혔다.

녹색창투사 도입과함께 창투사의 업무활성화를위해 업무규제도 크게
완화된다.

투자기업에대한 전환사채 인수비율을 확대하고 해외직접투자의 한도도
크게 완화할 방침이다.

지방에 본사를 둔 창투사들의 수도권 지점설립도 대폭 완화된다.

이번에 정부가 대대적인 제도보완에 나선것은 창투사들이 아직도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못했다는 판단에서다.

49개창투투사는 올6월말까지 1조4천8백78억원의 투자재원을 조성,
1천4백58개의 벤처기업(VB)에 투자, 중소기업창업에 기여했으나 당초
기대에는 크게 못미치고있다.

창투사 대부분이 영업손실을 입을 정도로 업계가 부실화되고있고
투자조합의 낮은 수익률도 추가 자본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등 존립위기를
맞고있다.

더욱이 창투사들이 생존을위해 주식투자보다는 약정투자나 대여금등
융자에 치중, 창투사가 사금융화하는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있다.

창투사들의 자기자본 수익률은 평균 2.6%로 시중은행의 7.0%,
신기술사업금융회사(8.8%)에 비해 크게 저조하다.

지난해까지 투자업체의 27.5%가 부실화된것으로 나타났다(투자협회발표).

이같은 업계의 부실화를 타개하기위해서는 대형화와 매수합병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올들어서만도 이미 중견기업인 한솔그룹과 신원이 기존 업체의 인수를
통해 새로 창투시장에 참여했다.

대그룹들의 신규참여와함께 낙오하는 업체도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업계에서처음으로 자본금을 증자치못한 두산창투가 자진해서 창투사
면허를 반납한것처럼 포기하는 회사도 늘어날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창투업계 진입은 벤처기업들마저도 대기업의 자본 예속을
받게됩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도우려면 다른 길이 많아요"

중소창투사의 N사장은 대기업의 직접적인 창투사 설립은 가뜩이나 대기업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문제되는 현실속에 또 하나의 문제를 낳을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새로운 창투사 활성대책으로 벤처캐피탈시장에서도 약육강식의
춘추전국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최인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