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타계한 고김용순 한성실업회장을 "아버지"라 부르며 각별히
섬겼던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이 최근 고인의 유업인 심석학원 재단이사장직을
물려받는 등 친부자지간 못지 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어 화제.

대우그룹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우중회장은 김용순회장의 타계 후 유족들로
부터 고인이 생전에 심혈을 기울였던 심석학원 운영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흔쾌히 수락, 최근 이사장직에 취임했다는 것.

심석학원은 김용순회장이 지난 73년 경기도 마석에 설립한 학교법인으로
생전에 주변으로부터 "지나치게 짜다"는 평을 들을만큼 근검절약했던
김회장은 타계하면서 거의 전재산을 이 재단에 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중회장도 고인의 이같은 유지를 기리기 위해 이사장 취임후 첫 사업
으로 이 학원내에 고인의 기념관 설립을 추진중이라고.

이에앞서 김우중회장은 작년 봄 김용순회장이 살고 있던 대지 4백50평규모
의 한옥(서울 종로구 소격동 144의2)을 30여억원에 넘겨받아 지난 4월
선재서울미술관(선재는 김우중회장의 장남이름)으로 개관하기도 했다.

김회장의 부인인 정희자대우개발회장이 관장직을 맡고 있는 이 미술관은
현재 지상 3층 지하 3층의 현대식 건물로 개축을 준비중인데 미술관측은
김용순회장의 자취를 남긴다는 뜻에서 옛 한옥의 주춧돌등은 원형을 보존할
예정이라고 설명.

김우중회장의 문중어른이자 어린시절 이웃이었던 김용순회장은 김회장의
대학시절 장학금을 주며 후원했고 대학졸업후에는 부흥부(경제기획원의
전신)에 근무하던 김회장을 한성실업으로 끌어들여 사업가로 키워내기도
했다.

회사가 한때 도산위기에 처하자 김용순회장이 김회장의 장래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게 하고 영국유학을 주선했으나 김회장이 유학가다 말고 싱가포르에서
트리코트 원단을 주문받아 도리어 회사를 회생시킨 일은 유명한 일화.

김회장은 당시 한국이 트리코트를 생산할 수 있는지 의심하는 바이어들에게
"내가 한국 섬유재벌의 2세"라고 허풍을 떨어 수주에 성공했다고 한다.

한편 한성실업은 고인의 장남인 김익중사장이 경영하고 있는데 지난 7월
에는 김우중회장의 권유로 자동차부품공장을 준공, 대우자동차에 납품하고
있다.

<임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