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가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있음에도 우리 주식시장은 여전히
후진적이란 평가를 받고있다.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간섭이 있어 그렇고 차별성없는 투자정보의 제공
으로 밥벌이를 하는 증권회사가 있어 더하다.

증권산업의 선진화 국제화는 물론 기대난망이다.

자유경쟁이란 것도 마찬가지로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러나 이같은 장내와는 달리 장외에는 말 그대로 "시장"이 있다.

진입퇴출의 자유가 있고 경쟁개념이 살아있다.

이 시장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사설투자자문업자.

심하게 증시의 독버섯이란 혹평에서부터 점잖게는 증시 제3세력 또는
전도사란 표현이 붙어다닌다.

공신력이 떨어지는 비공개적인 시장에서 일하는 그들이지만 경쟁만큼은
지독스럽게 벌인다.

어떤식으로든 투자자를 끌지 못하면 도태되기 때문이다.

"고시준비하듯이 밤을 새워 주식을 연구한 적이 한두번이 아닐 정도"
(조승제현대투자연구소 사장)다.

무엇보다 사설투자자문업이 떼돈을 번다는 소문을 듣고 너도나도 가세해
생존투쟁은 이미 도를 넘은지 오래다.

사설투자자문업은 <>PC통신을 통한 문자정보제공<>증권분석프로그램의
판매<>음성정보서비스제공(ARS)<>간행물사업등으로 영위된다.

이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것은 ARS.

정보생산능력에다 ARS장비등을 갖추는데 필요한 최소 3천만원정도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다는 점때문에 ARS업체는 지난해초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현재 서울에만 50여개, 전국적으로 2백여개의 사설자문업체(각종
투자연구소)가 증권음성정보, 이른바 700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가운데 절반정도는 개점휴업상태이다.

하지만 경쟁을 배겨나는 쪽은 남다른 인기도 누린다.

시황이 좋아 대목을 맞을 땐 하루에 8백만원(8백시간), 한달로는 2억원의
수입을 ARS를 통해 거둬들이기도 한다.

증권사가 지점을 신설할라 치면 불려다니며 사람을 긁어모으느라 정신없는
유명인사도 적지않다.

더구나 강연회때면 사인해달라고 조르는 아줌마 오빠부대가 있고 모씨의
주가전망이라면 무조건 믿어주는 "광신도"도 제법 있다.

이들은 우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다.

경기연착륙등의 복잡한 내용보다 어떤 종목이 얼마나 올라갈 것인지등
투자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대부분 기술적 분석을 무기삼아 이것저것 찍어준다.

매매타이밍 매매가격까지 지정해준다.

그래서 늘 뜨듯미지근한 정보만을 던져주는 증권사보다 낫다는 인상을
갖게한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주식을 사야합니다"란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이유.설명도 없이 외상으로라도 무조건 사라는 식의 약장수스타일인
것이다.

"람보주식"이란 용어가 등장하기도 한다.

또 1분짜리면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을 30분씩 질질 끌고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20개종목을 추천했다가 2개만 주가가 상승해도 종목선택이 적중했다고
과장한다.

강세장에선 더할나위없는 쪽집게로 명성을 떨치기에 충분하다.

"언뜻 들어도 신뢰성이 의심가는 정보가 많음에도 이들 자문수요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이는 달리 해석하자면 제도권내 증권업계가 일반투자자에게 그만큼
정보서비스에서 소홀하다는 얘기도 됩니다"(장부영 아태투자경제연구소
실장).

그래서 오늘도 투자자들은 700의 사람들을 찾는지 모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