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포철 계열사인 포스코켐과 정우석탄화학의 공개경쟁입찰에서 거평
그룹이 최종 인수자로 선정됨에 따라 재계의 이목이 다시 이 그룹에 쏠리고
있다.

거평은 지난해 2월 공기업인 대한중석인수로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유행어를 만들며 주목을 받아왔다.

이후 <>94년7월 라이프유통 <>9월 한국양곡유통 <>95년5월 한국시그네틱스
을 잇따라 인수한데 이어 이번엔 포스코켐과 정우석탄화학까지 사들이면서
거평의 "기업사냥"은 4~5개월 주기로 이어졌다.

현재 13개 계열사중 손수 설립한 회사는 거평건설등 4개사뿐.

나머지 9개사는 인수한 기업이다.

이같은 거평의 거침없는 기업확장에서 일단 관심의 대상은 "돈줄"이다.

대표적인 기업의 인수자금만 따져봐도 <>대한중석 6백61억원 <>라이프유통
2백74억원 <>포스코켐등 2사 1천1백51억원등 2천86억원에 달한다.

최근 1~2년 사이 2천억원 이상을 기업인수에 쏟아 붓게된 셈이다.

거평의 지난해 그룹 총매출액은 5천15억원.

이 정도 덩치의 기업으로선 다소 무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만 하다.

이에 대한 거평그룹의 공식적인 설명은 "그게 다 노하우"라는 것.

특히 정치적인 배경설이니 "검은 돈"과 줄이 닿고 있다는 등의 루머에
대해선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반응이다.

자금조달원에 대한 거평의 설명은 대충 이렇다.

지난 79년 설립한 금성주택이 88년 서울 서초동에 센츄리오피스텔을 분양해
꽤 큰 수익을 올렸고 덕수중학교 부지를 사 동대문 의류도매센터를 지어
분양한게 그룹 자금확보의 디딤돌이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초 인수한 대한중석의 대구공장 유휴부지에 아파트를 짓고
있는등 보유 부동산을 적기에 적절히 활용한게 노하우라면 노하우라고
말한다.

이번에 포스코켐등의 인수자금 1천1백51억원도 대한중석이 갖고 있는
포철주를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고 대한중석의 보유부동산을 활용
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는게 거평측의 설명이다.

어쨌든 거평은 화학업종의 포스코켐등을 인수함으로써 그룹의 제조업기반을
어느정도 갖추게 됐다.

이 그룹은 현재 총매출중 60%에 머물고 있는 제조업비중이 1~2년안에 8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기업인수보다 사업구조를 다지는 "내실 경영"에 치중
하겠다고 밝힌다.

대한중석의 기계공구, 한국시그네틱스의 반도체, 포스켐의 화학등 3개
업종을 주축으로 제조업 기반을 확고히하고 나머지 힘을 건설과 유통에
골고루 배분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00년엔 매출 3조원을 달성해 30대그룹에 진입하겠다
는 야심을 키우고 있다.

"재계의 무서운 아이"로 평가받고 있는 거평의 "꿈"이 실현될지, 이
그룹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