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워싱턴에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 연례합동회의가 열리고
있다.

지난 8일 IMF잠정위원회 회의와 개도국모임인 G24회담을 시작으로 9일에는
IMF.IBRD개발위원회가 열렸다.

이어 10일부터는 1백78개 모든 회원국들이 참여하는 합동총회가 12일까지
개최된다.

해마다 이맘때 열리는 합동총회의 기본의제는 항상 세계경제의 성장과
안정이다.

그래서 IMF.IBRD회의에는 "세계경제의 유엔총회"라는 닉네임이 붙는다.

이 세계경제의 유엔총회는 성장과 안정이란 대전제아래 매년 열리고 있지만
세부논의사항은 해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번 회의에서는 IMF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들이 중점 논의되고
있다.

그중 최대관심사는 긴급융자제도(EFM) 설립건.

세계금융시장의 평화유지군역할을 하게될 이 제도는 어느 회원국이 금융
위기에 처했을때 IMF가 신속하고 효과적인 금융지원을 할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그 설립취지이다.

올초 멕시코금융위기가 터졌을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이 위기가
미국 남미 유럽등 세계전체로까지 확산됐다는 반성으로 이 제도의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이 제도는 일단 설립쪽으로 결론이 나있다.

선진7개국(G7)을 포함, 주요선진국 24개국의 재무장관들로 구성된 IMF
잠정위원회는 8일 EFM의 설립을 승인하고 앞으로 구체적인 재원조달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잠정위가 승인한 EFM설립방안은 현재 IMF내에 있는 일반차입협정(GAB)기금
을 배로 확대, 이를 EFM재원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나라가 기금을 얼마나 내느냐는 문제가 남아있어 조기설립은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약 2백70억달러인 GAB기금을 5백40억달러로 늘려 긴급융자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나 관련국가들이 모두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덜 내겠다는 입장
이어서 재원마련이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기존의 12개 GAB출연국들(미일독등 선진11개국(G10)과 사우디아라비아)이
늘어나게 될 재원중 대부분을 채우기로 돼있으나 이들 국가들은 재정적자
등으로 자금마련이 여의치 않은 상태이다.

이때문에 다른 국가들에게 재원중 적지 않은 부분을 떠넘길 것이 확실시
된다.

한국 대만 태국 스웨덴 호주 싱가포르등을 재원분담국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국가들도 IMF지분확대같은 실익도 없이 괜히 돈만 쓰게 되는
GAB기금출연을 마땅찮게 여기고 있다.

따라서 기금분담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IMF회원국들간에 발생할 소지가
높다.

긴급융자제도와 함께 이번 총회에서 거론될 의제에는 IMF자본금확대와
극빈국채무탕감문제가 있다.

IMF본부는 돈 쓸데가 많아지고 있다며 자본금(회원국쿼타의 합계)을 늘리고
싶어하지만 미국을 비롯, 재정적자상태에 있는 거의 모든 선진국들이
자본금증액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그에따라 이 문제는 이번 총회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IMF자본금은 지난 93년 50% 증액돼 2천1백7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총재가 제안한 극빈국채무탕감역시 이번 회의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할 것 같다.

이 역시 돈이 드는 문제라 어느 나라도 선뜻 여기에 응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극빈국들에 대한 자금융자를 전담하고 있는 세계은행산하의 국제
개발협회(IDA)가 기금부족으로 허덕이고 있어 극빈국채무탕감문제는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결론없이 장기과제로 처리될 공산이 높다.

IMF는 또 이번 총회에서 회원국들의 경제및 금융상태를 사전에 좀더 분명
하게 파악하기 위해 주요자료제출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IMF의 감독기능활성화방안중 하나인 이 문제는 긴급융자제도설립건과 함께
잠정위원회에서 승인돼 총회의 인준절차만 남아 있다.

이밖에 국제환율안정을 위한 환율안정기금(CSF)설치방안과 개도국들의
산업구조조정을 촉진할 목적으로 현행 확대구조조정기금(ESAF)의 지원한도를
높이는 문제도 거론될 예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