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가 유료화되고 있다.

대형미술관은 물론 중소화랑에서도 전시회의 내용에 따라 관람료를 받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2-3년전만 해도 국립현대미술관 호암갤러리등 일부 대형미술관을 제외한
중소화랑은 으레 "공짜"로 드나들수 있는 곳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미술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좋은 전시회의 경우
입장료를 받아도 많은 관람객이 모이자 기획전의 경우 관람료를 받는
곳이 많아지는 것.

개인화랑으로 관람료를 받기 시작한 곳은 가나화랑.

88년 임옥상씨의 "아프리카풍물기행전"을 개최하면서 500원의 관람료를
받았고 이어 93년 3월 개관10주년기념전과 올해 5~6월의
"근현대조각명품전"에는 각각 1,000원의 입장료를 매겼다.

또 현대화랑도 5월 "박수근전"을 열면서 1,000원의 입장료를 받았다.

동아갤러리도 전시회의 내용에 따라 입장료를 받는다.

화랑가에서 이처럼 입장료를 받는 사례가 늘어나자 그간 비용이 많이
드는 해외작품전 외에는 무료개방을 원칙으로 해오던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도 입장료를 받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10~25일의 "해방50년 역사미술전"도 1,000천원의 관람료를 받을 계획.

현대화랑대표 박명자씨는 "대부분의 관람객이 가치있는 전시회에는
당연히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어 예상보다 거부반응이
적었다"고 밝히고 "앞으로도 상업성이 배제된 기획전의 경우에는
관람료를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술관계자들은 이같은 추세를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형기획전의 경우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도 불구,관람료를 받지 못함
으로써 아예 개최 자체를 꺼리는 사례가 많았는데 유료화되면 나름대로
손실을 보전할 수 있어 미술문화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으리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미술시장이 완전히 성숙되지 않은 만큼 지금처럼
일률적으로 관람료를 거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중론.

구미의 경우처럼 작가나 미술전공학생들에게는 무료로 개방하는등 운영의
묘를 살려야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백창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