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외국사원 길들이기"가 붐을 이루고 있다.

해외 사업장에서의 현지채용인들이 그 대상이다.

세계화경영을 다투어 추진하면서 현채인들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길들이는 방법은 국내 본사에서의 집중 교육.소속감과 "뿌리 의식"을
고취시키는 작업이 이뤄진다.

국적과 생김새는 달라도 "같은 회사"에 몸을 담고 있는 만큼 일체감을
조성하자는 맥락에서다.

지난달 26일 LG전자 평택 연수원.이곳에선 중국에서 채용한 신입사원
35명에 대한 "LG입문 교육 수료식"이 열렸다.

장장 32일에 걸친 "LG맨화 연수"를 마무리짓는 자리였다.

중국인 직원들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곳곳의 사업장을 찾아다녔다.

LG맨으로서 갖춰야 할 자질을 집중적으로 주입받기 위해서였다.

각 사업장의 근무 환경과 현장 근무자의 정신 등을 직접 체험토록
하는 닷새간의 "마인드 세트(Mind Set)"과정도 주어졌다.

산업시찰 문화유적탐방 기업사공부 등의 프로그램도 뒤따랐다.

연수 말미엔 설악산에서 1박2일동안 "팀웍 훈련"도 받았다.

LG가 이처럼 중국 신입사원 교육을 위해 대대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중국내 사업장의 "현지화 경영"을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서였다.

이들 중국인 사원을 장차 중국 법인들을 직접 이끌어가는 핵심 간부로
육성한다는 복안에서다.

투자 효과는 일단 "꽤 괜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수를 마친 신입사원들의 소감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동안 건성으로만 듣고 지나쳤던 LG기업문화를 비로소 체험할
수 있었다"(장우외)."훈련 후 나는 비로소 사람의 저력은 무한하다는
것을 알았다.

창조를 하려면 끊임없이 자신을 개발하려는 저력을 갖춰야 한다.

한국의 경제발전과 한국 근로자들의 강인한 의지,진지한 작업정신은
대단하다"(림홍). LG전자는 이번에 실시한 해외 신입사원 집단 교육을
내년부터는 세계 전지역을 대상으로 정례화하기로 했다.

상.하반기에 한번씩 매년 두차례에 걸쳐 각 지역의 외국현채인 신입사원들을
본사에 불러모아 교육시키기로 한 것이다.

입사 2년 이상의 사무직 사원들을 위해선 "우수사원 교육과정"을,현채인
관리자들에게는 "해외 임플로이(employee) 매니저교육"을 각각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별도 실시키로 했다.

이제까진 한국에서 뽑는 신입사원들에게나 주어졌던 본사차원의
"집중 의식화교육"을 해외 전사업장으로 본격 확대하는 셈이다.

삼성그룹은 이런 해외사원 길들이기를 국내 유수대학과 손잡고
아예 제도화했다.

지난해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에 20억원의 기금을 출연해 추진하고
있는 "해외현지인 삼성맨화 사업"이 그것이다.

삼성이 진출한 해외 주요국의 우수 인재들을 전액 장학금으로 고대에
유학시킨 뒤 현지의 삼성계열 기업에서 근무토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과 삼성을 "배워서 아는" 이른바 지한파 현지인 엘리트들을
대거 경영에 참여시키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삼성은 사업 첫해인 올해 8명의 "해외 삼성맨 지망생"을 입학시킨데
이어 앞으로 7년간 2백여명을 추가로 길러낼 계획이다.

이 그룹의 계열사인 삼성전관은 개별회사 차원에서 해외현채인
본사초청 교육에 적극적이다.

해외에 사업장을 열 때는 가장 먼저 교육.인사전문가를 내보내는게
이 회사의 철칙이다.

현지채용인들에 대한 교육 훈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렇게 다듬은 현채인들중 우수한 사원들은 별도로 본사에 초청해
1주일간의 "삼성맨화 집중 교육"도 실시한다.

대우전자도 이같은 현채인 본사교육에 적극적이다.

지난 8월 멕시코 세탁기공장의 현채인 20명을 광주공장으로 불러
6개월간의 연수에 투입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이 회사는 전자업계중 해외 생산기지 설치에 가장 활발하게 나서고
있는 만큼 장기적이고 제도적인 해외 현채인 본사교육 시스템을
별도로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다소 이색적인 "해외현채인 양성"에 나섰다.

해외 현지의 교포들을 정규 직원으로 채용해 국내에서 3년간 근무시킨
뒤 현지 사업장으로 역파견키로 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른바
신인사제도에 따라서다.

두산그룹은 "외국인 인턴제"란 걸 도입해 현채인 엘리트화에 나선
케이스다.

지난 6월 미국 워싱턴대등 9개 명문대학에서 우수한 재학생들을
추천받아 인턴사원으로 채용하기 시작했다.

두산은 이같은 외국인 인턴의 채용대상을 앞으로 미국외에 캐나다
호주 등으로 확대하고 선발대상도 늘려 본격적인 "외국인 인재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기업마다 "외국인 길들이기"의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지향점은 똑같다.

세계화시대를 맞아 "국경없는 인재 양성"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한국기업들도 이제 IBM 코카콜라 등의 경우처럼 인종과 국경의 구분없이
우수 인재를 두루 확보하는 "초국적 기업화"의 길에 들어서기 시작한
셈이다.

<이학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