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아 대우등 완성차업체들은 한미 자동차협상 결과가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이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으로 보고 이에따른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번 협상의 초점은 대형차에 대한 자동차세인하였다.

때문에 구입단계에서 부과되는 특소세의 인하처럼 소비자들의 구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동차세 인하가 결과적으로 수요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특소세
인하와 별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협상에 앞서 배기량 2천cc이상 차량에 대한 특소세를 인하함으로써
미국측 최대 요구사항을 들어줬다.

그런데 협상에서마저 자동차세를 최고 41%나 인하함으로써 사실상
구입단계(특소세)에서부터 보유단계(자동차세)에 이르기까지 미국측 주장을
거의 수용한거나 마찬가지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물꼬''가 터진이상 미국 유럽측이 앞으로도 국내 자동차시장 개방을
겨냥해 파상공세를 펼칠게 뻔하기 때문에 국내시장이 선진국수준으로
개방되기까지는 시간문제일뿐이라는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소세와 자동차세 인하로 국내업계는 단기적으로 수지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완성차업체들은 ''소형차=본전'' ''중대형차=이윤'' 방식의 경영전략을
취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특소세와 자동차세 인하조치로 업체들은 중대형차
내수판매를 둘러싸고 수입업체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것으로 보인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이윤은 줄어들수밖에 없어 결국 전체적으로 수지가
악화된다는 얘기다.

국내 업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국내 중소형차 시장에서 일본업체들과의
한판승부다.

현재는 수입다변화 조치에 묶여 일본차들의 ''국내상륙''이 금지됐지만
2~3년후에는 개방이 불가피해 일본산 중소형차들이 쏟아져 들어올날이 멀지
않았다.

국산차의 품질은 결코 일본차에 뒤지지 않는다는게 업체들의 분석이긴
하나 문제는 국민들의 정서여부에 달려있다는데 있다.

기아자동차관계자는 "국내소비자들이 자동차 구입시 고려하는 요인으로
차의 가격과 품질보다는 남을 의식하는 경향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일본차구입붐이 한번 일면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고 전망했다.

중소형차는 내수는 물론이고 수출시장에서도 국내업체들의 주력차종이다.

때문에 중소형차시장마저 밀릴 경우 내수기반은 물론이고 수출에도 영향을
미쳐 자동차산업자체가 흔들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성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