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산업부가 석유류 가격과 수출입 판매등 석유산업자유화를 당초
예상보다 1-2년 미뤄 오는 97년이후 시행키로 한 것은 자유화 의지의
후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특히 석유산업자유화의 핵이랄 수 있는 석유정제업 신규진입 허용시기를
99년 1월로 잡아 다음 정권에 넘겨 버린건 앞으로 선거등 정치적 일정을
염두에 두고 기존업계의 기득권 보호에 너무 치우쳤다는 지적도 있다.

통산부는 석유산업 자유화 시기를 이같이 늦춘데 대해 "업계의 사전준비와
경험부족으로 과당경쟁과 과잉투자등 부작용이 생길 소지가 크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가능한 업계가 자유화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주려는
"배려"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통산부 스스로 그동안의 "태만"을 시인한 결과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우선 작년 1월부터 유가자유화를 전제로 유가연동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통산부는 당시 석유류 가격의 최고 상한선만 제시해 업계의 자율적인
가격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유가자유화에 대비한다고 밝혔었다.

유가연동제라는 과도기는 길어야 1-2년이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더구나 박재윤통산부장관은 올들어 기회가 있을때 마다 "석유산업자유화는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단행하겠다"고 강조했었다.

그럼에도 통산부가 준비부족 운운하며 유가자유화 시기를 내후년으로
미룬 것은 "그럼 정부는 그동안 무얼 했느냐"는 비판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통산부가 유가연동제 실시중에도 업계의 치열한 경쟁보다는 "평화로운
담합"에 안주한게 아니냐는 비판도 그래서 나온다.

말로는 유가연동제가 준자유화라고 해놓고도 일부 정유사가 휘발유값을
내리면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 결국 정부고시가를 유지토록 했다는 점에서다.

이같이 자유화를 뒤로 미루는데만 급급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자유화의
시기선택에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가자유화는 석유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여름철에 시행하는게
"상식"처럼 돼 있음에도 그 시기를 성수기인 1월로 잡는등 택일이 정교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통산부의 석유산업자유화 연기와 관련,정유5사는 대체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경쟁에 따른 변화보다는 현상유지"를 은근히 바라는 기존업계의
생리탓이다.

후발사인 쌍용정유 정도가 자유화 연기를 아쉬워하는 눈치다.

어쨌든 말도 많던 유가자유화등 석유산업자유화 시기는 석유사업법에
명문화됐다.

국내 정유업계는 좋으나 싫으나 97년이후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말이다.

99년이후엔 국내석유시장을 놓고 외국의 "골리앗"들과도 니전투구를
벌여야 할 상황이 올지 모른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생긴 시간여유나마 과거처럼 허비할게 아니라
경쟁토양을 배양하는데 정부와 업계가 모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