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물도 좋고 산나물도 값이 싸 식사대접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콜레라가 유행해 안되겠네요.

사실 편지는 썼지만 설마 제편질 보실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하게
쓰신 것같아 여러번 읽어 보았습니다.

울산에서 살기가 힘드시지는 않은가요.

"지방 공장시찰 3일째인 지난 21일 이건희회장은 가천의 삼성전관
공장라인을 둘러본 후 발걸음을 울산시 남구 무거2동 현대아파트로
돌렸다.

그룹총수의 방문을 받은 이는 삼성전관 LCD개발팀 이길구부장의 부인
김혜경씨.

이날 방문은 김혜경씨가 지난 7월 남편의 승진으로 제주신라호텔에서
실시된 부부동반 승진교육에 참가한뒤 "이같은 기회를 준 회장께
감사드린다"며 "기회가 있으면 집에 초대하고 싶다"는 내용의 팩스를
이회장 자택에 보낸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건희회장은 이날 안방 공부방 부엌 화장실등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남편과 어떻게 결혼하게 됐느냐""내조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등을
물어보는등 각별한 관심을 표했다.

김혜경씨는 "제주도연수의 경험이 감명깊었다"고 감사를 표시한뒤 "남편이
근무하는 회사에 가서 식당밥을 먹어보고 이런 직장이라면 안심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김씨는 "울산에 처음 배치됐을 때는 좌천됐다는 느낌도 받았지만
살아보니 정말 좋은 고장"이라고 소개하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회장은 이날 방문기념으로 김혜경씨의 큰 딸(10)에게 전자오락기를,
아들(5)에겐 아동용 피코컴퓨터를 각각 전달했으며 김씨는 이회장에게
화려한 무늬의 넥타이를 방문기념으로 선물했다.

삼성그룹관계자는 이번 지방공장 시찰중에 이회장이 사원들과 함께
배식판으로 식사를 하고 울산 석유화학 공장에선 사인공세에 응하는등
"가까운"총수상을 보여줘 사원들의 사기진작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총수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룹의 중장기 경영전략을 마련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건희회장은 당초 일정에 없던 대구제일모직 공장과 대구성서공단을
추가로 둘러보고 22일 하오 귀경했다.

<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