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의 세계최대공룡 AT&T가 대수술에 들어간다.

얼마전까지 7백51억달러의 어마어마한 외형을 자랑으로 내세우던 이 회사가
몸을 3등분하겠다고 선언한 것.

이에따라 12년간 거대단일회사체제를 유지하며 사업분야를 확장해온 AT&T는
앞으로 통신서비스.통신설비제조.컴퓨터로 특화한 3개 기업으로 탈바꿈한다.

로버트 앨런AT&T회장은 20일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이런 사업재구축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또 올들어 영업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컴퓨터자회사 GIS의 개인용컴퓨터생산
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금융부문 AT&T캐피탈은 매각하기로 결정됐다.

한마디로 군살을 도려내는 정도의 간단한 수술이 아니라 오장육부까지
분할, 이식하는 대수술이다.

덩치를 얼마나 부풀리느냐를 사업성패의 기준으로 보던AT&T가 사훈을 "작은
것이 아름답다"로 바꾼 것이나 다름없다.

AT&T의 사업재구축 움직임은 이미 올봄부터 감지되어 왔다.

통신서비스부문만 뚜렷한 신장세를 보일 뿐 나머지 사업들은 지지부진한
실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난 10년동안 이 회사의 신규투자비용은 무려 3조달러.

따라서 올해부터는 어느정도의 투자성과가 가시화되어야 했다.

그러나 방만한 조직구조 때문에 시장환경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내외부에서 쏟아졌다.

게다가 컴퓨터사업은 영업적자폭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 다른 사업부문의
성과를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했다.

AT&T가 지난 91년 구NCR를 75억달러에 인수한뒤 대형컴퓨터전문생산
자회사로 키워온 GIS는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으나 올상반기결산에서는
3억3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앨런회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소비자욕구의 변화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기술과 공공정책을 신속하게 따라가기 위한 조치"라며 외부환경요인을 강조
했다.

그러나 컴퓨터사업과 같이 앞뒤 가리지 않고 섣불리 손을 댄 일부신규투자
사업의 실적저조가 보다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AT&T의 사업재구축은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정리대상사업부문, 특히 GIS직원들의 대량실직이 그런 후유증의 대표적인
사례다.

20일 발표된 안에는 정확한 GIS의 감원규모가 나와 있지 않지만 현재 4만
2천명의 종업원중 소매와 금융사업부서와 컴퓨터생산부서의 인력 1천5백명
등 모두 8천5백여명의 종업원이 정리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AT&T는 지난 84년에도 미법무부와의 독점금지법 위반관련분쟁 때문에 지역
전화사업을 분할하고 장거리전화서비스와 통신기계제조사업으로 특화하는
사업재구축을 단행한 경험이 있다.

이와는 달리 내외부적 요인이 겹쳐 시도되는 사업재구축은 이번이 처음으로
3분된 AT&T의 앞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박순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2일자).